[미국∙이란 전쟁] “기름값 전쟁도 끝나나”… 국제유가 급락하자 국내 휘발유·정유 가격↓

10일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계소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시스
10일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계소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란 전쟁의 종식 기대감이 돌면서 11일 국제유가가 10% 넘게 떨어지자 국내 기름값도 하락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100달러를 넘긴 전장과 비교하면 11% 급락한 수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WTI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83.45달러로 11.9% 떨어졌다.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을 시사한 점, 주요 7개국(G7)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란 기대감이 배경이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마무리수순(very complete)”이라고 말했고, 기자회견에서도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이라고 답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에 월가에선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한 제재 완화를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돈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회원국 정부 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국제 유가 급등 상황과 관련해 전날 G7 재무장관들이 머리를 맞댄 데 이은 후속 회의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SNS를 통해 “우리는 절대 휴전을 원치 않는다. 다시는 이란을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침략자들이 교훈을 얻도록 그들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성명을 통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ℓ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국제유가가 떨어진 덕에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도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06.4원으로 전날보다 0.5원 내렸다. 경유가도 같은 시각 1930.7원으로 0.9원 하락했다.

 

 서울의 기름값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평균 휘발유가(1943.0원)는 3.4원, 평균 경유가(1956.8원)는 10.3원 하락했다. 전날 서울 평균 휘발유·정유 가격은 전쟁 발발 후 처음이자 10일만에 하락 전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름값이 매우 높은 가운데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금주 중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30년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2주 단위로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제 가격 변동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반영하되 정유사가 과도하게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정유업계의 폭리를 차단하고 국내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인상 시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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