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사업부가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입에 14조원 가까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의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지만, 자체 경쟁력이 낮은 탓에 퀄컴으로부터 매입량이 늘어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엑시노스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액은 13조8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6.5%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DX 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AP 솔루션 가격이 전년 연간 평균 대비 약 4%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매입처는 퀄컴과 미디어텍이었다.
삼성전자 DX사업부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2021년 12월 DX부문이 출범한 이듬해인 2022년 9조3138억에서 2023년 11억732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10조932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13조8272억원으로 급증했다. DX 부문의 모바일 AP 매입액이 전체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비중은 2022년 12.8%, 2023년 18.1%, 2024년 16.1%, 지난해 18.5%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액이 많이 늘어난 데엔 퀄컴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엔 전량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성능 및 수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았던 탓에 삼성전자는 자사 모바일 AP를 정작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엑시노스 2500은 같은 해 출시된 ‘갤럭시 Z플립7’ 모델엔 탑재됐지만, ‘갤럭시 폴드7’엔 퀄컴의 모바일 AP가 적용됐다. 매해 모바일 AP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자사 모바일 AP 탑재 비중이 작아지면 자연스레 외부로부터 매입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된 엑시노스 2200에서 성능 논란이 일자 갤럭시 S23 시리즈엔 전량 퀄컴의 모바일 AP만 탑재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공식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의 기본형·플러스 모델에 엑시노스 2600을 탑재했다. 다만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엔 퀄컴의 모바일 AP인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북미 시장의 갤럭시 전 모델에도 퀄컴의 모바일 AP가 쓰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가격이 크게 뛴 만큼 모바일 AP가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엑시노스 성능 및 수율 개선이 없다면 삼성전자의 퀄컴 종속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