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450원대를 위협하는 고환율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 때문이다. 금융권은 한은이 금융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숨 고르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2.5% 수준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2024년 10월부터 인하 사이클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7·8·10·1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5회 연속 숨 고르기를 했다.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유지한다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무엇보다 달러 초강세 현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0원 상승한 144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자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3.50~3.75%로 한미 금리 차가 1.00~1.25%포인트로 좁혀진 상태지만, 여기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자본 유출 우려와 함께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 역시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여파로 수도권 주택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한 주간 0.31% 올라, 10.15대책 발표 직후(0.50%) 이후 14주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하고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4000억원, 주택담보대출은 3조원이나 증가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금리 인상론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들 대다수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수출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내수 시장까지 퍼지지 못했다는 진단이 우세해 현행 통화 완화 기조를 섣불리 거두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건설 투자가 위축되고 비(非)IT 부문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겪는 경영난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상방 압력을 받고 있으나, 큰 폭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은 당분간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 불안과 부동산 시장 과열이라는 이중고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 변화보다는 주요 경제 지표의 추이를 지켜보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미국과 다시 불거진 관세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 한 관계자는 “이달 경제성장 전망에 관세 25% 상향 내용을 반영할지는 발표 직전까지 가봐야 될 것 같다”며 “현재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