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를 인상 카드를 꺼내든 건 한미 무역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지난해 7월 양국 모두에 훌륭한 대단한 협정을 체결했고 같은해 10월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이 조건들을 재확인했는데,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모든 기타 상호 관세에 대한 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를 낮추기로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는 데 합의한 후,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여야는 국회 비중 동의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조만간 내려질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여부 판결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자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견제구를 날린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수주 조건에 잠수함 성능(20%) 못지 않게 많은 배점을 산업·경제 협력(15%)에 뒀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의 캐나다 내 전기차 공장 구축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잠수함 사업을 따내려면 캐나다에 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가 있는 만큼 캐나다 내 신규 공장 건설 시도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간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6일 중국을 방문하자 “양국 간 협정 체결 시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 제품에 즉각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이 밖에 오는 11일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을 통해 지지 기반을 결집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보호주의·미국 제조업 우선 정책은 전통적으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서 반향이 큰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