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27일 대규모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 비준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야당은 “전략적 투자 MOU의 성격상 국회 비준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비준은 오히려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문제가 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는 한국과 미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를 묶어 추진하기로 한 합의다. 자동차 관세 인하와 함께 조선·에너지·첨단산업 분야 투자 계획이 한 패키지로 담겨 있으며 구체적인 투자 기간과 사업 구조는 후속 협상과 특별법을 통해 정비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이 포함된 만큼 실질적으로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합의”라며 헌법상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가 예산과 통상 구조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통제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해당 문건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적 합의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는 “MOU 조문 자체에 구속력이 없도록 돼 있다”며 “비준 동의를 받으면 우리만 구속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비준을 먼저 해버리면 추후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추후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 성격을 둘러싼 해석은 지금도 팽팽하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합의를 관세·안보 관련 공동 설명자료 수준의 행정적 MOU로 규정하며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반대로 야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과 관세 조정이 한꺼번에 묶여 있는 만큼 “사실상 조약에 준하는 합의”라며 비준 없이는 향후 책임 소재와 견제 장치가 불분명해진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하며 관세 25% 인상을 시사하자 여야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비준을 외면한 결과가 관세 폭탄으로 돌아왔다”고 공세를 펼치고 여당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를 조약처럼 비준하라는 요구야말로 협상 공간을 없애는 자충수”라고 반박하는 구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재인상이 대미 투자 구조와 속도를 재조정하는 협상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한국이 비준 동의를 미루며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인지 아니면 비준 체계를 만들지 못해 투자 이행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놓친 것인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고 말했다.
사진: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개의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