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 규모가 2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전 예방 차원의 검사에 착수했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원 감소했다. 업권별로는 보험사가 30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55.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은행 11조4000억원(21.0%), 증권 7조3000억원(13.4%), 상호금융 3조4000억원(6.2%) 순이었다.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단일 해외 부동산 사업장 31조6000억원 가운데 2조700억원(6.56%)에서는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선제적인 손실 인식 등의 영향으로 EOD 규모는 직전 분기보다 4200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EOD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져 금융기관이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상태로, 투자 금융사에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EOD 발생이 곧바로 투자금 전액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 조건 조정이나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정상화가 가능하고, 자산 매각 시 배분 순위에 따라 투자금 일부 또는 전액을 회수할 여지도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저점 통과 이후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투자심리 완화 등으로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유형별 회복 속도는 상이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가 큰 오피스 부문은 공실 부담과 추가적인 가격 조정 위험이 남아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제한적이고 자본 완충력도 충분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는 해외투자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전예방적 투자자 보호 검사’에 착수했다. 대상 증권사는 해외주식 중개 규모와 최근 현장 점검 결과 등을 종합해 선정했다.
이번 검사는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성과보수 체계 운영 여부와 투자자에 대한 위험 고지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에도 해외투자 관련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