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한화…간판값으로만 지난해 2조원 벌었다

사진은 LG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7일 LG전자 본사가 소재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뉴시스

 

대기업 지주사나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이른바 ‘간판값’이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산출 방식이 제각각이고 공정한 기준이 없어 사실상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2개 그룹이 897개 계열사로부터 총 2조1530억원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거둬들였다. LG(3545억원), SK(3109억원), 한화(1796억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겉으로는 정당한 상표권 대가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각 그룹이 임의적으로 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산출되는 구조다. LG와 SK는 0.2%를 적용했으나, 한국앤컴퍼니는 0.5%, 한솔은 매출액의 0.28%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처럼 회사마다 기준이 달라 총수 마음대로 정하는 간판값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악용한 사례다. 셀트리온은 상표권을 총수 개인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10년 넘게 무상 제공해 사실상 사익을 챙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간판값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보다 더 노골적인 편법이다.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음에도 지주사가 소유권만 앞세워 사용료를 챙기는 구조는 계열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중부담이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뉴시스

 

전문가들은 상표권 사용료 제도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방치될 경우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갑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여전히 기업의 자율 산정에만 맡기고 있다. 결국 지금의 간판값 체계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기보다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회색지대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간판값은 앞으로도 ‘합법을 가장한 사익편취 통로’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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