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운용, 어떻게 하는 거죠?”
본인이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어떤 유형인지, 이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직장인들이 꽤 많다. 관심도 없는 데다 운용 방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이유로 본인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는 낮은 수익률과도 맞닿아 있다. 퇴직연금은 크게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그리고 개인형 IRP로 나뉜다. 현재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DB형으로 총 430조원에 달하는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이 넘는 214조원이 몰려 있다. 하지만 DB형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2%대의 낮은 수익률을 보인다.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의무화는 아니다. 다만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단계적 의무화가 되면서 90% 정도의 가입률을 보인다. 중소기업(상시근로자 30인 이하) 가입률은 25% 수준으로 대기업보다 현저히 낮다.
최근 정부는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공단 신설을 검토한다고 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기금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최소 50조원 규모의 민간 기금을 출범시켜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나눠 최종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과 함께 퇴직연금을 전문 기구가 통합 운영하는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개인형 IRP 제도를 도입해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방안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화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담겼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담긴 페이퍼가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이러한 보고에 일각에서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을 비롯해 1년 이상 근무해야만 퇴직연금 가입이 가능했던 것을 3개월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영세사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퇴직연금 재정 적립에 대한 부담이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버거울 것으로 짐작된다.
희망적인 신호도 잡힌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급여 체불 문제 해결과 정체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도입된 푸른씨앗의 성과가 퇴직연금 기금화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중소기업에 운영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으로 도입 3년 만에 누적 수익률 20%를 달성하며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수익률은 7.46%를 달성했다. 2022년 도입된 푸른씨앗은 근로복지공단의 기금운영위원회가 사용자 납입 부담금으로 공동 기금을 조성해 자산을 운용한다. 푸른씨앗의 수익률 입증으로 기금화 추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퇴직연금공단 설립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반발과 관치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도 아직 사각지대가 있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의무화는 섣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우려도 있다.
퇴직연금이 공적연금화로 바뀌는 갈림길에서 과연 퇴직연금 의무화가 국민의 노후를 지킬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영세사업자에 또 다른 부담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탄탄한 재정과 행정 지원, 사각지대 없는 세심한 제도적 뒷받침, 민간 협력 등 잘 잡힌 균형이 필요하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