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집이 없어 전·월세살이 중인 가구가 1000만에 육박하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집값은 꺾일 줄 모르고 가구 소득·자산은 찔끔 늘면서 내 집 마련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가구는 961만8474가구로 집계됐다. 전년(954만1100가구)보다 약 7만7000가구 늘어난 수치로 전체 가구(2207만가구)의 43.6% 수준이다. 무주택가구는 가구원 중 단 1명도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가구다. 즉 자가 주택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사는 가구를 일컫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무주택가구 수가 506만804가구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경기 지역이 238만2950가구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고, 서울이 214만3249가구로 뒤를 이었다. 특히 2021년 51.2%였던 서울 무주택가구 비율은 2022년 51.4%를 기록한 뒤 2023년까지 2년째 올랐다. 전국 시도 중 2년 연속 나홀로 상승세다.
서울 무주택가구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현실적인 집값 상승률’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공개한 ‘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서울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419.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집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가구 소득·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3.0이었다. 2012년 32.5이었지만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택구입물량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끼고라도 살 수 있는 아파트 수 비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가격 범위의 주택이 2012년엔 서울 주택 3채 중 1채에서 10년 만에 100채 중 3채로 급감했다는 뜻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