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로 과열됐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지 열흘째인 6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 및 집값 상승 폭 둔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 역시 축소하고 있다.
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6·27 대책 전 일주일(6월 20~26일)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1629건이었으나 이후 일주일(6월 27일~7월 3일)은 577건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실거래 신고 기한은 아직 한 달가량이 남아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대출규제 발표 후 일주일간 서울 거래량은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감소했다. 이 중 용산, 도봉, 강북을 제외한 22곳의 거래량 감소 폭은 50%를 웃돌았다.
자치구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강남 3구인 송파구(24건→1건), 서초구(15건→1건), 강남구(76건→24건)의 거래량이 모두 줄었다. 여기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까지 일제히 거래가 줄었다. 노원구(143건→60건) 58%, 도봉구(48건→25건) 47.9%, 강북구(21건→15건) 28.6% 등으로 거래가 감소했다. 금천은 73.1%(26건→7건), 관악은 62.7%(59건→22건), 구로는 65.8%(79건→27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금액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25개 자치구 모두 직전 일주일 대비 줄어들면서 서울 전체로는 67.3% 감소한 6319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대책 발표 전 일주일간 거래 금액이 총 222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나 71.3% 급감하며 637억원을 나타냈다. 서초는 97.0% 급감한 15억원, 송파는 89.9% 감소한 43억원으로 조사됐다. 노원 -61.0%(340억원), 도봉 -51.1%(126억원), 강북 -36.0%(85억원) 등도 거래 금액이 축소했다.
거침없이 치솟던 서울 집값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6월 다섯째 주(6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0%로 전주(0.43%↑) 대비 소폭 줄었다. 특히 강남(0.84%→0.73%), 서초(0.77%→0.65%), 송파(0.88%→0.75%), 강동(0.74%→0.62%) 등 강남권은 물론 용산(0.74%→0.58%), 성동(0.99%→0.89%), 마포(0.98%→0.85%)처럼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선호지역의 상승 폭이 일제히 감소했다.

대출규제 초강수로 일단 급한 불을 끈 정부는 향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로 수요 억제책을 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다만 정부의 수요 억제책이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전격적인 대출규제를 시행했고, 15주 뒤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효과를 냈다. 그러나 반년 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으며 거래량 역시 비슷한 시기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공급 확대 등 후속 조치가 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공급 확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한 만큼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이나 3기 신도시 개발 등 기존에 계획된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용적률 상향 등으로 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공급 속도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이전 정부가 발표한 서울 서리풀지구 등 신규 택지의 고밀도 개발과 더불어 공공기관·기업 등이 확보한 유휴부지 활용,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폐교나 국공립대 부지를 활용한 주거공간 조성 등 기존 택지와 부지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