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객 아이디어 기술 개발에 반영” 현대차 UX 스튜디오 가보니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내 아이디어가 완성차 업체의 모빌리티 기술 개발 과정에 반영이 된다?’

 

 이런 막연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이 최근 서울 강남구에 오픈한 세계 최초 상시 고객 참여형 연구 거점 ‘UX 스튜디오 서울’에서다. 

 

 현대차그룹은 3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 UX 스튜디오 서울을 개관하고 사용자들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경험을 설계하는 참여형 연구 거점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U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과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 경험을 뜻한다. 2021년 서울 서초구에 개관한 기존 ‘UX 스튜디오’는 현대차·기아의 상품, 디자인, 설계 등 담당 연구원들이 차량 UX 개발 과정에 활용하던 사내 협업 플랫폼이었다. UX 연구의 핵심인 사용자 조사 역시 일부 특정 고객을 초청해 비공개로 운영해 왔다.

 

 최근 UX 스튜디오는 고객 누구나 모빌리티 개발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연구 플랫폼이 탈바꿈했다. 방문객들은 UX 스튜디오에서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유롭게 경험하고, 선행 UX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또 차량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의 의견이 제품에 반영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여러 완성차 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고객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일반 고객이 차량 UX 개발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연구 플랫폼은 UX 스튜디오 서울이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김효린 현대차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 Feature전략실 상무는 “UX 스튜디오 서울을 방문하시는 고객이면 누구나 체험하고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된 공간으로 확장했다”며 “‘Your voice is our way(당신의 목소리가 우리의 길이다)’라는 UX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이곳에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일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통해 UX 스튜디오를 미리 둘러볼 수 있었다. UX 스튜디오 서울은 크게 고객 개방형 체험 공간인 1층 ‘오픈랩’과 몰입형 UX 연구 공간인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이정인 기자

 1층 오픈랩에는 ▲UX 테스트 존 ▲SDV 존 ▲UX 아카이브 존이 마련돼 있다. 오픈랩에 들어서니 왼쪽 한켠에 전시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접하기 힘든 E-GMP를 가까이서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UX 콘셉트 구역에 있는 나무로 만든 스터디 벅(Study Buck·사용성 검증 등을 목적으로 사전에 제작하는 실험용 모형). 이정인 기자

 UX 콘셉트 구역에는 나무로 만든 스터디 벅(Study Buck·사용성 검증 등을 목적으로 사전에 제작하는 실험용 모형)이 구현돼 있다. 이 안에서 차량 공간 구성, 시트 및 수납 기능, 이동 콘솔 등 다양한 UX 콘셉트를 직접 확인하고 VR 기기를 통해 차량에 적용된 UX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UX 검증 구역에서는 검증 벅(Validation Buck·실제 차량의 내부 구조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작동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시뮬레이션 모형)을 통해 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옆에 있는 UX 검증 구역에서는 검증 벅(Validation Buck·실제 차량의 내부 구조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작동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시뮬레이션 모형)을 통해 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다. 가상 주행 환경이 전방 LED 월에 표시되며, 검증 벅에 탑승해 실제 운전 상황처럼 다양한 기기를 조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아이트래커(Eye-Tracker)를 활용해 운전자의 시선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능 동작과 시선 분산에 따른 사용성 지표를 도출하고 테스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이정인 기자

 SDV 존에서는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가 장착된 SDV 테스트베드 차량에 탑승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해봤다. 맥락 인식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Gleo AI(글레오 에이아이)’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제어하는 색다른 재미도 느껴봤다.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은 ▲UX 캔버스 및 피쳐 개발 룸 ▲시뮬레이션 룸 ▲UX 라운지 및 차량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기아 연구원들과 사전 모집된 사용자들이 함께 UX 연구를 수행하는 몰입형 공간이다. 피쳐 개발 룸은 자율주행 UX, 고성능 차량 UX,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HMI, Human Machine Interface) 등 분야별로 세분된 연구공간이다. UX 연구원들의 실질적인 업무가 진행되는 곳으로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원들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어드밴스드 리시처 랩의 백미는 시뮬레이션 룸이다. 이곳은 상시 개방되지 않는 연구 전용 공간으로 UX 캔버스와 피쳐 개발 룸에서 도출된 UX 콘셉트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공간이다. 시뮬레이션 룸에는 준중형 세단에서 대형 SUV까지 변형이 가능한 가변 테스트 벅, 차량 움직임을 세밀하게 모사하는 6축 모션 시뮬레이터, 730개의 LED 모듈로 구현한 시야각 191도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갖춰 실제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평가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어드밴스드 리시처 랩 시뮬레이션 룸에서 서킷 주행을 경험하는 모습. 이정인 기자

 특히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는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델리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실제 지도를 기반으로 가상 환경이 구현돼 있어 보다 몰입감 있는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또 글로벌 유명 모터 레이싱 서킷도 동일하게 내재돼 있어 고성능 차량의 UX도 평가할 수 있다. 직접 시뮬레이터에 올라 서킷 주행을 경험해봤다. 고성능 차량에 직접 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경험을 제공했다. 

 

 시뮬레이터 운행 중에는 벅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행동과 주행 데이터가 취득되고 이후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저장된다. 현대차∙기아는 누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UX 연구 과정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며,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지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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