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야 산다] “스펙보다 감성 중시… MZ세대 소비패턴에 기업들이 반응”

왼쪽부터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

 

 캐릭터로 대표되는 귀여움 마케팅의 확대는 주요 구매층의 변화와 큰 관련이 있다. 캐릭터와 반려동물에 익숙하고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20~30대, 즉 부담 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다. 이들의 소비 패턴은 이전 세대와는 극명하게 다른 만큼 각 기업에서도 현재이자 미래 소비자에 맞춘 마케팅에 돌입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베이비부머나 X세대는 무언가를 살 때 얼마나 실용적인가를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MZ세대는 감성 같은 주관적인 요소를 자극하는 상품에 이끌린다”며 “MZ에게는 스펙보다 중요한 것이 감수성”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여전히 197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X세대가 최대 구매층이라는 점에서 최근 현대차의 마케팅이 흥미롭다며 “그만큼 MZ세대가 중시하는 감성·미래·사회적 가치가 불황이 장기화 되는 이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MZ세대 중에서도 감성과 추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이는 키덜트다. 어린이를 의미하는 키드(Kid)와 성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이러한 키덜트를 향한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함으로서 해당 기업,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해 친밀감을 높인다.

 

 한국소비자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향을 찾는 감정, 할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추억 등을 통해 치유의 감정을 느끼듯이 키덜트 상품을 활용한 마케팅은 중장년 소비자에게도 추억과 재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즉 키덜트 마케팅은 동심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확실하게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어 “자녀가 있는 소비자의 경우 아이가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걸 보면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제공하며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산업에 익숙한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어른에게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것이 아니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다.

 

 이 교수는 “(정서 발달 단계에서) 만화 캐릭터 등을 좋아하면 여전히 유년 시절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비슷한 취향의 각종 정보 및 자신의 선호를 공유하다보면 이러한 불안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캐릭터를 유치하다고 여겨 회피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든 사람들도 내가 즐거운 것,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방에 거는 키링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학생들의 문화라고 여겨졌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한다”며 “전 세대에 걸쳐서 다양한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면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늘날 캐릭터 산업의 확장과 성장은 일본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800만 요괴의 나라라고 불리면서 각 지역별로 상징 캐릭터가 있을 정도로 관련 산업이 발달한 국가가 일본”이라며 “최근 우리나라도 여러 기업에서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지자체 역시 자체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어느 나라든 대중문화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일본과 한국만큼 열성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국산 캐릭터의 부상은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뽀로로, 상어가족에 이어 티니핑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K-팝과 K-드라마의 배턴을 K-캐릭터가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견해다. 이 평론가는 “포켓몬스터, 산리오 캐릭터즈 등 일본 캐릭터들이 독주하던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산 캐릭터들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