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금융 생활의 근간을 이루고, 안정성을 보장하는 열쇠다. 한국 사회는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와 평가방식이 상당히 고도화돼 대부분 국민에 대해 신용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1200만명에 이르는 사회초년생과 학생, 노년층, 주부 등 금융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점수로 평가 받아 대출 및 카드 이용 제약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신용평가가 탄생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안신용평가가 급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위한 금융정보 이외의 데이터로 세분화된 개인 신용을 평가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대안신용평가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규제현황과 향후 기대요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해외에서 대안신용평가의 가장 큰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렌딩클럽’은 P2P 대출 플랫폼으로,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심사를 한다. 지난해 200억 달러 이상의 대출 거래를 처리했으며, 사용자 중 30% 이상이 신용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다. 30%의 금융정보부족자들이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익스페리언 부스트’는 대안 데이터를 사용해 신용 점수를 개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말까지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개선된 신용 점수를 제공했으며,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신용 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선된 신용점수를 받게 됐다. 대안신용평가가 개인의 금융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중국의 거대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서비스 분야인 ‘앤트 파이낸셜’은 대안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대출 실행을 결정한다. 지난해 기준 1억 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했으며, 사용자 중 7000만 명 이상이 이전에 신용 이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앤트 파이낸셜의 ‘세서미 크레딧’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의 구매내역부터 지하철 이용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신용평가점수를 제공한다. 인도의 ‘크레딧 만트리’는 공공정보, 거래 내역, 휴대전화 요금 납부 내역, 전력 요금 지불 내역 등 대안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지난해까지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금융취약계층 및 신용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금융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대안신용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규제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안 신용평가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0년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마이데이터 사업과 함께 세분화된 신용평가회사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인 준비를 완료했다. 다만 아직 국내 대안신용평가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라이선스도 개인사업자CB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보니 전국민 서비스로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다.
개인을 위한 대안신용평가에도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미 라이선스를 받은 ‘크레파스 솔루션’과 통신3사의 합작법인이 설립돼 전문개인CB(개인 대안신용평가회사) 라이선스를 준비 중이며, 그 외에도 데이터가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소비자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개인의 성향이 파편화되는 취향의 사회에서 기존의 획일적인 신용평가모형은 중저신용자를 세밀하게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 프리랜서 등 특화 계층을 위한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특화 금융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신용평가는 더 많은 이들에게 금융의 문을 열고, 금융 서비스에 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적 포용성은 확대되고, 금융시스템은 보다 공정하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금융 생태계는 마이데이터, 금융상품 비교 등 꾸준한 진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금융의 혁신의 지향점이 금융소비자를 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이 안정감을 갖고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김형석 팀윙크 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