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선택 가능한 복수의 방안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선택이 만약 경제적인 거라면 우리는 통상 예상 수익과 비용뿐 아니라 세부담도 같이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업자들이 수익과 비용은 손쉽게 예상하면서도 세부담액에 대한 예상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세법을 멀리서 조망하는 관점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나 세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세법을 바라보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방안을 볼 수 있어 선택 시 도움이 된다.
세금이란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적 효용을 떨어뜨리는 장애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회적 효용 감소분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세금이 디자인된다. 특히나 세금으로 인해 경제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바뀌는 경우를 사회적 효용을 극히 침해되는 경우라 여기므로 이를 고려해 세법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조세의 중립성이라 한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는데 개인명의로 사업을 할 것인가 법인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해보자. 세법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인해 경제참여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이 바뀐다면 중립성이 침해된다고 보게 되므로, 개인으로 사업을 하든 법인으로 사업을 하든 간에 발생하는 세금을 동일하게 해주는 쪽으로 조세체계를 디자인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법인세율이 개인의 세율보다 낮으므로 중립성이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고민을 조금만 깊게 가져가서 법인이 벌어들인 소득을 전부 급여로 개인이 다 가져가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이 경우 급여가 경비처리돼 법인세는 없고, 개인이 모든 소득을 다 가져가므로 결과적으로 개인 사업을 하는 경우와 거의 동일한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 즉, 법인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모든 소득을 개인이 가져오는 방법이든 애초에 개인이 사업을 하든 간에 최종소득이 모두 개인에게 도달한다는 동일한 컨디션 하에서 비교하면 조세의 중립성은 성립된다.
중립성은 우리가 세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때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무언가 특별한 법적형식을 취하면 세금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다는 조언에 대해서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이를 쉽게 풀자면 방안 A와 B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세금과 관련해서는 ‘A와 B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설마 국가에서 세금에 큰 차이를 크게 둘까’정도의 의심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앞선 예시를 이어가서 연간 세전 이익으로 1억원 정도 버는 개인사업자 A와 10억원 정도 버는 개인사업자 B가 각각 사업을 계속 개인으로 유지할 것인지 혹은 법인으로 변경할지를 고민해본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1억원 정도 버는 개인사업자 A의 경우 법인으로 전환하더라도 법인의 소득을 대부분 개인이 급여로 가져와야 일상 생활이 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는 앞서 말한 ‘법인을 통해 개인이 돈을 벌건, 개인이 직접 돈을 벌건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데, 설마 국가가 세부담에 차이를 뒀을까’ 정도의 의심을 통해 원치 않는 법인전환을 피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 B의 경우에는 소득 10억원에 대해 법인에 남겨두는 이익액의 규모별로 절세효과를 비교해 그 절세효과가 마음에 들면 법인으로 전환하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개인사업자로 남으면 된다. 이 때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법인에 남겨둔 돈 또한 추후 개인으로 가져오는 순간 조세의 중립성에 의해 개인이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세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정욱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