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에서 통과된 K칩스법

 

 특정 첨단산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여러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수 있다. 우선 기술의 진보 없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연구 개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은 시설투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사업화 과정을 거치는데 시설투자에 소요되는 금액 중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해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함께 통칭 ‘K칩스법’으로 불리는데, 위 두 가지 지원 방법을 세법을 통해 구현한 법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에도 세법에서 연구 및 개발비용을 세액공제 해주고 사업화 단계에서 유형 및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금액에 대해 통합투자세액공제라는 제도로 지원해주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높은 공제율을 적용 받는 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화 단계에서 투자금액의 공제율을 한시적으로 높였다.

 

 구체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술을 국가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그 밖의 기술로 구분하고 각 기술별로 세액공제율을 달리 적용하며 동일 기술안에서도 기업의 규모별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및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경우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면 중소기업은 연구비의 최대 50%, 비중소기업은 최대 4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신성장∙원천기술은 중소기업(코스닥중견 포함)은 최대 연구비의 40%, 그 밖의 기업은 최대 연구비의 30%까지 세액공제 가능하다.

 

 국가전략기술은 당초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등 세 분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던 게 지난 2월말 시행령 개정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추가됐고 지난달 말 개정 땐 수소분야와 미래형 이동수단도 포함됐다. 추가된 기술들은 기존에 국가전략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공제율이 적용되던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돼 있었으므로 국가전략기술 범위 확대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이 상향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당해 연도 투자금액에 대해 일정비율을 공제하는 기본공제와 과거 투자액 대비 증가한 투자액에 대해 추가로 공제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번 개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관련 투자금액은 기본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시켰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16%에서 25%로 증가시켰는데, 이는 2024년 투자분까지 해당된다. 이에 반해 신성장∙원천기술이나 그 밖의 기술 또한 공제율을 증가시켰는데, 올해 12월 31일 속하는 과세연도에만 한시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추가 공제율은 기술의 구분 없이 올해 12월 31일이 속하는 과세연도에 대해선 상향 조정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전략기술의 범위가 개정을 통해 넓어졌으므로 보다 많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그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특정산업에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는 건 그렇지 않은 분야와 조세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문제가 늘 발생한다. 특히나 이번 개정에 혜택을 받은 분야는 지속적인 대규모 연구 및 투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그 혜택의 규모가 금액적으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매우 차별적인 세제혜택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특정 기술을 지정하고, 해당 산업에 많은 지원을 두는 건 분명 해당 기술분야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수단일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정부가 지정한 기술의 이름만 들어보아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납세자로서 당장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조세혜택은 우리 사회의 기회비용일 수 있다. 세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세제혜택이 있었더라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산업은 언제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최정욱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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