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사下]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한 때

헬스케어 서비스 접목 등 새로운 서비스·상품 선보여야
자동차보험 비용 감축·IB 등 자산운용 다변화 노력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연이어 터지는 비우호적인 대외변수로 인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생명보험업계는 新(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로 인해 발생한 매출액 감소에,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한 이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운용자산이익률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미 상당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이다.

 

보험업계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서비스 접목 등 새로운 히트 상품의 개발과 더불어 비용 감축, 자산운용 다변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파이낸스는 보험업계가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新(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 여러 대외 악재가 보험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치를 반복하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최근 허용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 규제가 심한 만큼 보험료 인상에 연연하기 보다는 비용 감축 노력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채권과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률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히트 상품’ 찾기 나서야

 

그간 보험업계는 대외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히트 상품’ 을 내놨다.

 

IMF 위기 당시에는 종신보험이 대 히트를 쳤다. 종신보험은 기존의 정기보험과 달리 사망보험금을 평생 보장한다는 점과 가족사랑이라는 감성이 결합돼 높은 인기를 끌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카드 대란으로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는 변액보험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당시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주식형 펀드와 변액보험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손해보험업계는 2010년대 들어 실손보험을 앞세워 고속 성장을 이뤘다. 저렴한 보험료로 큰 병이나 사고뿐 아니라 자잘한 의료비까지 모두 보장해주는 실손보험은 불황기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딱 들어맞았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만한 새로운 히트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이 절실하다.

 

때마침 금융위원회가 이번달초 보험사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비의료 서비스에 한해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허용할 방침”이라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3만원이 넘는 건강관리 기기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건강관리 기기도 보험계약 체결 시 제공되는 금품의 일종으로 보아 3만원 이하로 제한했는데 이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또한 고객 건강관리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상품의 출시도 기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처럼 매년 고객의 건강을 체크한 뒤 건강 상황에 따라 보험료가 변동하는 건강보험을 설계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건강이 좋아질수록 보험료 할인 혜택도 주면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신상품과 서비스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건강 상황이 개선됐을 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만들기는 쉽지만 반대로 나빠졌을 때 보험료가 할증되는 상품은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롭게 보험료의 할인.할증이 가능해야 보험사의 리스크관리가 용이하다”며 “아울러 첫 보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만원이 넘는 건강관리 기기를 보험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더라도 최대 1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며 “제한액을 더 높여줘야 보험사도 더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부품 수리 허용 확대…비용 감축 도움 될까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손해율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상반기 9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8%에 달하면서 손보사들의 손실이 급증한 탓에 자동차보험료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 국민들이 사실상 준조세로 여기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험료 결정을 시장에 맡길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이미 손보사들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보험료를 5~6% 가량 인상해 연내 추가 인상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동차보험료 인상보다는 관련 비용 축소가 보다 현실적인 안으로 거론된다. 몇몇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특약 할인 축소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해 신계약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해볼 만하다.

 

손보사들의 고통을 금융위도 어느 정도는 인식한 듯하다. 최근 금융위가 쌍방과실을 제외한 자동차사고의 경우 대체부품 수리를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부품은 순정부품과 성능과 품질이 유사하지만 가격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체부품 활용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수리비용이 크게 줄어 보험사의 부담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 가운데 부품비용이 총 3조777억원이었다. 부품비 비중은 2016년 42.18%에서 2017년 42.57%, 2018년 43.14%로 매해 증가 추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급차와 외제차가 많아지고 부품 가격도 매해 큰 폭으로 올라 물적담보 손해율이 인적담보 손해율보다 커지는 역전 상황이 생긴 지 오래됐다"며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IB 확대로 운용자산이익률 상승 가능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여 투자영업이익을 늘리는 것도 위기 탈출의 방편이 될 수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적게는 수 조원에서 많게는 수백 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그러나 자산의 70~80%를 채권과 대출로 운용하는 등 지나치게 경색된 포트폴리오가 수익률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은 273.9%로 전년말(261.2%) 대비 12.7%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6년 9월말 이후 10분기만에 처음으로 270% 이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의 RBC 비율은 271.2%에서 285.4%로, 손보사는 242.6%에서 252.1%로 각각 14.2%포인트 및 9.5%포인트씩 상승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RBC비율 권고 기준은 150%이고 오는 2022년 IFRS17이 도입되면 200%로 상향된다. 즉, IFRS17 도입까지 감안하더라도 보험사들에게는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 자산건전성 여유가 충분한 셈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특히 투자은행(IB) 분야로 진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수금융, 인프라금융,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IB 부문은 특히 높은 수익률 덕에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 탓에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채권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제는 보험업계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운용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밀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와 이주열 총재의 추가 인하 시사를 두고 “서둘러 대체투자처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IB 부문에 경험이 부족해서 망설여진다면 전문가와 협업하면 된다. 일례로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그룹사 자산 일부의 운용을 맡기기로 했는데 거기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포함됐다.

 

신한생명은 이미 KKR이 자산 일부를 운용하고 있으며 오렌지라이프와도 곧 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정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보험사들이 IB 부문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투자영업이익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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