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서경준 "빚문제는 일종의 병, 정확한 진단이 우선"

소비·지출 상황 개선 후 돈 흐름 제어할 수 있도록 전문컨설팅 제공
지역 공동체 내 빚 문제 해결 모범사례 구축…타 지역으로 전파 희망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빚문제는 일종의 병입니다. 의사가 병을 정확히 진단한 후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듯 개인과 가정의 부채문제도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경준 인천가계부채상담센터장
서경준 인천가계부채상담센터장(48)은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빚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담자가 자신의 재무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소비 및 지출 상황을 개선해 돈의 흐름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서 센터장의 최종 목표다. 기자는 지난 19일 인천시 학익동 소재 한 카페에서 서 센터장을 만나 빚상담의 중요성, 상담방법 및 향후 활동계획을 물었다.

서 센터장이 재무상담사로 활동한 건 올해로 11년째다. 한부모가정, 도시 서민, 청년 가정 등 경제약자들이 주요 상담 대상이다. 그는 개인재무 컨설팅 전문업체인 '포도재무설계(현 포도A&P)'를 거쳐 최근까지 '희망 만드는 사람들'에서 7년 간 부채상담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 청년 빚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희년함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과거 과다채무자였다. 사회 초년생 시절 돈의 흐름을 제어하는 법을 몰랐던 탓이다. 그는 자신의 과다채무경험과 금융회사에서 쌓은 금융지식을 토대로 빚상담사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첫 직장을 구한 20대 중후반부터 10여 년 간 과다채무로 시달렸다.  당시 신용카드를 5~6장씩 사용하며 빚을 돌려막곤 했다.  주식투자로 큰 실패도 경험했는데, 한때 빚은 1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는 "어렵사리 채무를 극복한 후 보험설계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금융의 생리를 알게 됐다"면서 "약 5년 간 보험설계사 업무를 하면서 금융상품 판매가 아닌 '금융컨설팅'을 통해 경제약자들의 빚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고 결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보험사에서 퇴사한 2009년, 서울 구로동에서 사무소를 차리고 약 1년 간 경제약자를 대상으로 상담사로서 채무상담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이듬해엔 포도재무설계에 입사했고 이후 한 달에 약 15~20가정을 대상으로 상담을 맡았다. 서울 중랑구 등에선 빚문제 해결을 위한 강연도 본격 시작했다. 즉 그간 배운 금융지식을 금융 상담에 본격 활용하게 된 것이다.

서 센터장의 상담방법은 이렇다. 우선 빚에 허덕이는 이들의 상황을 진단해 대출로 해결할 수 일인지, 그렇지 않은 상황인지 분간하고 이를 선택케 한다.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더라도 단순히 빚을 내서 빚을 갚으라는 상담은 하지 않는다. 빚 상환을 통해 상황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출금을 갚아나가면서 향후 정상적인 재무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게 그가 진행하는 상담의 목표다.

서 센터장은 상담자들이 빚문제에서 벗어나 재무흐름을 개선하는 결과를 얻을 때 업무의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담자들은 재무상담 후 가정 당 월평균 20만 원가량의 재무흐름을 개선해 소득증가 효과를 거뒀다고 그는 분석했다.

다만 그는 빚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상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즉 채무상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을 양성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민간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 프로그램 역시 상담사나 상담전문기관을 늘려나가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경준 센터장은 개인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담사나 상담전문기관을 늘려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주변엔 어려운 이들에게 무이자로 수십, 수백 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소액민간대출이 제법 있습니다. 빚의 구렁에 빠진 이들을 돕기 위해 선량한 의도라는 점에서 이 같은 소액대출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진통제'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과다채무자의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의문도 뒤따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상담을 통해 경제약자들이 돈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세워 스스로 소비흐름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 센터장은 인천가계부채상담센터 개소를 통해 우선 지역 공동체에서 빚 상담 전문가를 늘려나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아파트 단지, 교회 등 종교단체, 지역 소모임 등 지역 공동체에서 이 같은 흐름 만들어내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지역에서 이를 벤치마킹할 만한 수준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가계부채상담사'나 '가계부채 게이트키퍼'와 같은 전문가를 지역 공동체 내에서 양성해 지역 내 빚 고민 문제를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지역 부채문제 양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나가는 성공모델을 만든 후 이 같은 노하우를 여타 지역으로 전파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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