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갈등 심화…금융시장 변동성 높아질 듯

"경제 펀더멘털 취약"…코스피 추가 하락·원화 약세 우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미중 무역갈등 재발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고 펀더멘털이 취약해 주요 2개국(G2)의 무역분쟁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및 원화 약세 심화가 염려된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다음 무역협상에 대한 일정 협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상이 의미가 있으려면 반드시 성의를 보여야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미국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는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구시보가 “미국이 법을 무시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평을 싣는 등 중국 관영 언론들도 미국에 비판적인 자세라 미중 무역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역시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태도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가 재선한 뒤의 협상은 지금보다 더 중국에 나빠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양국은 말로만 서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도 나섰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상향조정한 데 이어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물렸다.

또한 미국은 중국 기업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으며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취소했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3250억달러어치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양국의 충돌로 글로벌 증권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38% 하락한 2만5764.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58% 떨어진 2859.53을, 나스닥지수는 1.04% 내린 7816.28을 각각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권시장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7348.62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0.07% 후퇴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18% 떨어진 5438.23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0.58% 하락한 1만2238.94를 각각 나타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약보합세로 마감하고 원·달러 환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차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경기 모멘텀이 약하고 경기부양책 등 정책 동력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취약한 펀더멘털이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에 대한 증시의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달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 축소가 예정돼 있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인해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 약세 심리를 차단할 브레이크가 없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은 1180원∼1250원선을 오르내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125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홍 부총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서 지나친 쏠림 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적절한 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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