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하철 적자 문제, 보험의 경험에서 해법 찾아야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지하철은 마치 사회보험제도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만 53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하철(도시철도)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의 공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산교통공사도 작년 21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각 지역의 교통공사와 지자체는 적자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부는 지역주민에 한정된 편익이므로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공사, 지자체, 정부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 모두가 세금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인 듯하다.  

이는 세금으로 의료비를 보장하려는 국민건강보험을 떠올리게 한다. 적자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교통공사(또는 도시철도공사)의 적자를 책임질 주체에 대해 논쟁하기 이전에 적자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된다.

지하철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임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10km 이내를 기준으로 일반인은 1250원, 청소년은 720원, 어린이는 450원을 지불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자와 장애인, 유공자, 그리고 6세 미만 유아 등은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무임승차의 문제로 인해 서울 지하철은 승객 1인당 510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부산교통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142억원의 적자 중 1306억원이 무임승차 때문에 발생했다. 무임승차제도, 특히 65세 이상자에게 적용되는 무임승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를 70세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해 복지차원에서 현재의 운임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기본이라는 게 있다. 필요한 곳에 그리고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맞더라도 무상 복지는 안 된다. 사회보험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고자 보험료가 아닌 세금으로 메울 경우 국민들의 책임의식과 체감 비용이 낮아져 문제가 악화되는 이치와 동일하다.

원래 우리나라도 주요국처럼 1980년에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의 절반을 할인해주었다. 1982년에는 나이만 65세로 낮추었을 뿐 여전히 50%의 할인 혜택만 제공했었다. 1984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제도가 적용되었는데 당시에는 기대수명이 65세 내외로 노인인구 비중도 5% 미만에 불과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수혜계층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에는 처음부터 무상 복지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무상 복지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양산해 사회적 고통이 배가 된다는 것은 이미 일반적인 복지제도나 사회보험에서 증명돼 왔다. 쉽게 말해 국민건강보험에서 65세 이상 환자에게 무상 의료의 혜택을 제공한다면 과잉 의료수요와 공급이 발생하고, 결국 모든 국민들이 더 많은 의료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 고도의 경제성장과 축적된 부(富)를 맹신하고 1973년에 고령자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했으나 노인들과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과 10년 뒤 무상 의료 정책을 폐지했다.

연령별, 소득계층별, 성별 등에 따라 지하철 요금에 복지 철학을 접목하는 나라들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65세 이상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무상 복지를 적용하는 지하철 운임체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는 기본 원리는 누구에게든 최소한이라도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복지제도와 사회보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해결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지하철은 한 번에 수많은 승객을 운송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방지와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합리적인 운임체계와 재정 안정화가 필수다. 물론 무임승차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더라도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무임승차)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운임(요금)으로 해결해야지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서는 안 된다.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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