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 적자 전환의 의미와 과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 등 재원 확충해야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7년 연속 흑자를 보이던 건강보험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에 비난이 일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면서 지출(급여비)이 크게 증가한 결과다. 

2018년 1778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이전 정부에서 축적해 둔 20조원 덕분에 당장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문제는 올해 적자 규모가 3조3000억원으로 확대되고 급기야 2026년에는 20조원의 적립금도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문재인 케어를 비난하거나 정부가 법적 지원금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두 가지 지적 모두 공감하기 어렵다.

첫째 문재인 케어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의료비의 실질 증가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09~2016년 한국의 1인당 의료비의 실질 증가율은 5.7%로 OECD 35개국 평균(1.4%)의 4배가 넘는다. 한국보다 증가율이 높은 나라는 칠레(5.9%)가 유일하다.

이렇게 높은 의료비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 중심에 비급여의료가 있다. 특히 노인 인구의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 상황에서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수요층과 비급여가 맞물린다면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아픈 고령자의  병원 방문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문재인 케어'의 목적 중 하나다.

둘째 정부가 법적 지원금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으나 국민의 부담 차원에서는 논리적이지 않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장기간 국고지원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보험료 수입을 잘못 예측해서가 아닌 의도적으로 적은 금액을 지원한 것이 맞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국고로 충당하든 보험료로 충당하든 국민이 부담한다는 것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국고 지원금을 현실화한다면 그만큼 다른 정부 사업이 위축되거나 다른 곳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능하다면 의료비 보장을 위한 재원은 보험료만으로 충당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비용(의료비)을 체감시켜 비효율적인 의료비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쉽게 말해 국고 지원보다는 보험료만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문제는 따로 있다. '문재인 케어'의 시도 자체는 옳았지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기획이 부족했다. 과거 '문재인 케어'의 시행으로 촉발될 수 있는 재정 문제를 지적한 국민들과 전문가들에게 필요 재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적립금과 국고 보조금의 증액을 통해 마련하기 때문에 당장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동일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추가적인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마술을 어떻게 부릴 셈인가? 20조원을 상회하는 적립금을 소진하는 일은 국민의 부담이 확대되는 것이며, 소진 이후에는 더 높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 정부의 임기에는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문재인 케어'의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다시 설명하고 이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필연적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와 보험료 증가의 고통을 그나마 덜어줄 방안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현재처럼 연간 3.2%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유지할 경우 2026년에는 적립금 20조원이 모두 소진되고, 2027년에는 지금보다 2배 가까운 110조원의 보험료를 걷고도 5조원 정도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712만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미룰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욱 확대된다. 차라리 생산가능인구가 충분한 이때 적립금 소진 전략이 아닌 정직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료가 아닌 적립금 사용을 우선시한다면 이는 단기적 부담만 회피하고 재정부담을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물론 보험료 및 적립금을 사용하기에 앞서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누수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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