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공룡' 꿈꾸는 통신사들…공세 막고 역습까지

유·무선 수익 한계 직면…IPTV 등 미디어 산업 매년 '쑥쑥'
AI·VR 접목 콘텐츠 강화· 케이블TV 인수까지 M&A 큰손 부상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유·무선 통신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미디어 부문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 유무선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IPTV 등 미디어 부문이 차세대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5G·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산업이 미디어와 만나면서 시장 규모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신 3사는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수성 뿐만 아니라 자체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진출까지 노린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의 유무선 통신서비스 매출 정체와 감소 속에서도 IPTV 등 미디어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IPTV 가입자 수는 케이블방송(SO)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2017년 11월말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1422만281명으로 같은 기간 SO(1409만7123명) 가입자 수를 제쳤다.

IPTV 3사의 전체 매출도 2009년 2204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3분기에 이미 3조원을 넘어섰다.

통신사들은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IPTV 등 미디어 부문에 AI·VR 등을 접목한 콘텐츠로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IPTV인 'Btv'와 모바일 인터넷TV  '옥수수'로 유무선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IPTV Btv에 맞춤형 홈화면, 키즈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고객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옥수수 역시 실시간 야구 중계를 강화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옥수수는 이미 가입자 900만명을 넘어서며 매년 20% 이상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독점 계약하면서 콘텐츠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등과의 독점 계약은 산업의 핵폭풍을 가져올 정도로 논란이 됐지만 LG유플러스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야구, 골프 등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로 IPTV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KT는 모바일과 미디어 접목에 힘을 쏟고 있다. 무선 VR 기기를 통해 실감형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기가라이브TV'에 올해 VR스포츠 게임, 인터랙티브 VR 영상 등을 추가해 소비자들이 끊김 없는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사들은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큰 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TV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려는 노력도 미디어 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특히 유료 위성 방송 시장에서 특정 회사 점유율이 33.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유료방송 합산규제도 작년 6월 일몰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작년 상반기 기준 KT스카이라이프 10.19%, KT의 IPTV 20.67% 등 총 30.86%로 업계 1위다. SK브로드밴드(13.97%)와 LG유플러스(11.41%)는 CJ헬로비전(13.02%), 티브로드(9.86%), 딜라이브(6.45%) 등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비췄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SK텔레콤이 발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방송사와 연합을 구축했다. KBS·MBC·SBS와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방송사들의 '푹(POOQ)'과 '옥수수'를 합쳐 국내 미디어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된 법인은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시장 진출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올해중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북미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방송 솔루션과 장비를 공동 개발해 개인 맞춤형 광고, 차량 내 지상파 방송 및 맵 업데이트 등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할 길, 넘어야할 산은 멀고 많다.

10년 전에 비해 10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통산 3사의 연간 미디어 부문 매출은 3조원대로 넷플릭스의 2017년 매출인 13조1350억원에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유튜브도 2017년 약 1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한 글로벌 미디어 공룡의 파격적인 공세부터 막아야 한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영화 '옥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국내 콘텐츠 제작에만 17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도 좀비물 드라마 '킹덤'을 내놓으면서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밝혔다. 최근 간담회에서 제시카 리 넷플릭스 부사장은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매년 자국 콘텐츠 수를 배로 늘려 가고 있다"면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력 외에도 플랫폼 규모, 서비스 차별화 등이 필수적으로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오는 3월 5G 전용 단말 상용화에 맞춰 미디어를 비롯한 콘텐츠 투자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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