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국제유가…내년 전망 모두 수정해야 할 판

급등 후 수급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WTI 40달러대로 급락
글로벌 경기 둔화 · 원유 수요 감소 속 추가 하락 불가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한 때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며 초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며 반 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내년도 경제전망 및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디플레의 신호탄과 같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 및 외신 등에 따르면 2개월 전만해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0달러가 예상됐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급락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3.06달러 하락한 42.5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50달러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원자재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원유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가가 급등했던 것은 시리아와 이란 등 아랍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재료로 한 투기 때문이었고 이제 본격적인 수급에 따른 시세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분석기관과 증권사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급량을 줄이면 유가가 재차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OPEC이 아무리 원유생산량을 줄이더라도 최근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셰일가스 증가분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석유 소비를 이끌고 있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내년에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유가 하락 쪽으로 방점을 찍는 분위기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글로벌 성장을 낮추는 효과가 생겨나고 있는데다 재생가능에너지원의 성장세와 인구고령화 추세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원유 공급은 여러 이유로 해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근의 유가 급락은 일시적 추세가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제는 원유가 세계경제는 물론 한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성장률과 물가 모두 원유가격에 대한 전망치를 기반으로 할 정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배럴당 80-65달러 선을 내년도 전망치로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에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배럴당 80달러대 수준으로 상승한 후 강세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국제유가가 미국 등의 원유 생산증가 및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65달러로 전망했다.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전망이 모두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면 사실상 세계경제가 디플레 사이클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제유가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2개월 만에 극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 전망이나 정책에서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국제유가의 급락은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형 변수가 되고 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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