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지난 26일 발표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으로 인해 중소형 카드사가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대폭 인하된 카드수수료를 메우려면 결국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곧바로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카드사가 이익 축소를 감수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유지하는 ‘치킨게임’에 돌입하면 중소형 카드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 인하 때문에 카드사의 내년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최대 61%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별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것은 하나·우리카드 등 중소형 카드사였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내년 예상 순이익은 올해 예상 순이익 1040억원, 1150억원에서 각각 31%, 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한카드(-13%), KB국민카드(-14%), 삼성카드(-11%)보다 높은 하락폭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놓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NICE신용평가의 견해'에서도 영업이익 대비 수수료 인하액 비중은 롯데카드가 45.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카드가 41.7, 우리카드가 39.5%로 중소형 카드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소형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 이번 개편안에 따른 수수료 인하 부분을 마케팅 비용 감축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지기에 고객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카드사들이 차제에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치킨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대형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서 버틸 경우 마케팅 비용을 감축한 중소형 카드사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돼 결국 고객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치킨게임에 맞대응을 하기에는 중소형 카드사의 자금 여력이 대형 카드사보다 부족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대형사 입장에서 볼 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충분히 그런 전략을 펼칠 수 있다"며 "단기간에 비용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시장 규모보다 더 많은 카드사들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일부 카드사가 정리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경쟁에 의해 도태되는 카드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일부 카드사가 카드업을 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카드업계의 완전경쟁구도가 무너져 일부 카드사의 독과점 구도가 형성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가 독과점 형태로 카드업을 영위하게 되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처럼 할인 혜택, 무이자할부, 일회성 마케팅 등 별도의 혜택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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