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美中 무역전쟁 언제까지?

"연내 타결점 도출 가능" vs "장기화 우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연내 타결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과 함께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강대강’ 대치에 양국 피해 확산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렸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은 향후 무역협정에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독소조항을 추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독소조항이란 협정 참여국 중 어느 국가라도 '비시장 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항을 뜻한다. ‘비시장 경제’, 즉 중국이 다른 국가를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하려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려는 조항이다.

로스 장관은 “이미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협정에 이 조항이 들어가 있다”며 “향후 타국과의 무역협정에서도 이 조항은 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자력갱생’을 내세우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딩이판(丁一凡) 칭화(淸華)대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중국은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강대강’ 대치는 양국 모두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JP모건은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상처입힐 것이라며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페드로 마틴 주니어 JP모건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더 높은 관세는 중국 제조업의 이익 마진을 압박하고 있고 투자 인센티브와 고용을 줄이며 소비를 지연시킬 것”이라며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도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10%포인트 올리고 교역 상대국이 동일한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의 경제 활동은 2%가량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는 또 “중국 수출기업들이 미국 내 경쟁회사를 대신해 다른 곳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도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10% 관세는 미국의 생산을 2.5% 줄이는 효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무역전쟁이 전 세계 GDP의 1%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美中 ‘新 냉전’ 구도로 가나?

이처럼 무역전쟁의 지속은 양국 모두에게 피해가 크기에 시장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서로 타협하리란 전망이 존재한다.

특히 오는 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으로 북한 문제를 비롯해 양국이 무역부터 안보까지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오퉁 중국 칭화·카네기 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은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 호소와 함께 미중 긴장 완화는 미중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를 통제하는 것도 폼페이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래리 커틀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오는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을 시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교역·해외투자 기업인, 애널리스트, 학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월에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예상이 42%로 나타났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의 경제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무역전쟁을 끝내려할 것”이라며 “중국도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절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예고한 3차 관세 상향 시기인 내년 1월 1일 이전에 양국이 타협점을 도출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이번 무역전쟁이 단순히 무역적자 때문이 아니라 세계 패권 경쟁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新 냉전’ 구도로 흘러가 향후 10년 이상 대립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로스 장관은 "중국 정부의 지식재산권 무시와 정부보조금 지급 등을 합법화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무역전쟁의 원인 중 하나는 첨단산업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첨단산업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따라잡기가 요원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중국의 핵심 정책인 ‘제조 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중국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판단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무역전쟁은 불행하게도 20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전 이사는 “미중 관계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공식 수교를 맺기 전인 40년 전 만큼이나 악화됐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상황이 10~20년 더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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