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표=오현승 기자 |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오는 9일이면 한글날 제정 90주년을 맞지만 무분별한 외래어에 잘못된 신조어로 우리말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언중의 일상 생활과 관계가 깊은 경제·금융용어에서 쓰임새가 잘못됐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말이 적지 않다.
우선 금융상품의 약관이나 상품설명서 및 공시자료 등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다. 단순한 소비자 불편뿐만 아니라 불완전판매까지 야기한다.
실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낮은 어려운 한자어나 뜻이 모호한 단어가 특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 예로 '상위(相違)하다'는 '서로 다르다'로, '지득(知得)하다'는 '알게 되다'로 바꿔쓰는 게 이해하기 쉽다. '응당일(應當日)'도 '~에 해당하는 날'로 기재하는 게 낫다. '개호(介護)'라는 용어엔 '장해로 인해 혼자서 활동이 어려운 사람을 곁에서 돌보는 것'이라는 각주를 통해 설명을 추가하면 소비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용어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또 다른 예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주로 표현하는 '징구(徵求)하다'란 용어도 '내게 하다'정도로 바꿔쓰는 게 이해하기 쉽다.
증권사 투자보고서나 신상품 보도자료 등에서 보이는 외래어 남발 현상도 심각하다. 외래어는 우리말을 풍요롭게 해 주는 측면도 있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우리말의 설자리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한 카드사의 신상품 보도자료엔 '이용실적에 따라 할인혜택이 추가되는 에스컬레이팅 방식의 할인서비스'라고 언급돼 있다. 이러한 경우는 '할인혜택이 늘어나는 방식'이라고 적어도 충분하다. '실적 턴어라운드', '모멘텀', '펀더멘털', '리밸런싱', '리레이팅', '컨센서스' 등 증권사 투자보고서에서도 외래어 남용사례가 넘쳐난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실적 개선, 펀터멘털은 경제 기초여건, 컨센서스는 의견 일치 정도로 고쳐쓰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 국립국어원조차 현재까지 규범표기를 확정하지 못한 단어도 많다.
![]() |
국내 한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외래어표기법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제 3위 교역국으로 부상한 베트남의 주요 도시를 표기할 때엔 '호치민', '나트랑'이 아닌 '호찌민', '냐짱'이 맞다. 일반적으로 외래어를 표기할 때는 된소리를 적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국립국어원은 베트남어와 태국어에 한해 된소리를 규범표기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