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 키워드 '배송'(上)] 커지는 신선식품 시장…너도나도 새벽배송

국내 새벽배송 시장, 2015년 100억원서 올해 4000억원 성장 추정
이마트·현대百 등 온라인 신선식품 진출로 새벽배송 대중화 '속도'

사진=현대백화점

모바일로 주문해 배송받는 일은 이미 익숙해져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 익일 배송 서비스도 실현된 지 오래다. 유통업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또 새벽 일찍 신선식품을 배송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몇십억원 투자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한때 유통업계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여겨진 온라인 쇼핑 시장이 포화되면서 유통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선식품을 찾았다.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새벽배송을 시작하고 물류창고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新유통 키워드 '배송'] 시리즈를 통해 新유통 트렌드 현황 및 향후 전망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1인 가구 증가와 모바일 쇼핑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새벽배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신선식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새벽배송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신선식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고객 집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필수가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마켓컬리, 배민찬과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식자재, 가정간편식,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대기업까지 해당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벽배송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5년 5월 사업을 시작한 마켓컬리는 3년 만에 국내 온라인 식품 배송업체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2년간 배송 건수는 월평균 10%씩 증가했으며, 지난 5월에는 일 평균 새벽배송 이용 건수가 8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마켓컬리는 지난 3월 월매출 100억원, 회원 수 6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마켓컬리가 사업을 시작할 2015년 당시만 하더라도 새벽배송은 틈새시장으로 경쟁자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마켓컬리는 입고부터 배송까지 식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풀 콜드체인 시스템과 더불어 냉장, 냉동, 상온 등 상품별 특성에 맞는 포장 및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새벽배송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마켓컬리에서 새벽배송인 이른바 샛별배송을 통해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경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 밖의 지역은 롯데택배를 통해 오후 8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까지 배송된다.

마켓컬리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진출 이후 헬로네이처, 그리고 이마트 등 온라인 신선식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틈새시장이었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부터 쓱배송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송 시작 시간을 기존의 오전 10시에서 새벽 6시로 앞당겼다.

편의점 CU의 투자회사인 BGF는 지난 6월 SK플래닛의 자회사인 헬로네이처와 손잡고 온라인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헬로네이처는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직접 공급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BGF의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망과 유통 노하우,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SK플래닛의 온라인 역량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 역시 지난달부터 CJ대한통운과 함께 '새벽식탁'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문 상품을 배송해준다. 백화점 업계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건 처음이라고 현대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앞세워 치열해지고 있는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배송 가능 지역, 품목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GS리테일

이미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6월부터 샛별배송을 기존 휴무일이었던 일요일까지 확대해 주중은 물론 주말까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쇼핑몰 GS fresh는 동종업계 최초로 통신사 제휴 할인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 마트몰 최초로 선보인 GS fresh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새벽배송몰에서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날 새벽 1시부터 7시 사이에 문 앞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은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선식품 시장은 기존 배송 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취급됐다.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 기간이 짧고 냉장·냉동 보관해야 하는 등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구매해 배송받는 것보다 직접 고객이 상품을 확인한 뒤 장을 보는 구매 방식이 더 선호됐다. 

온라인으로 구입한 뒤 배송받은 신선식품의 품질이 고객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또다른 이유였다.

그러나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증가와 모바일 쇼핑 편의성 증대로 신선식품도 편리하게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받기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집에서 가족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물류창고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신선식품의 품질과 배송서비스도 향상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올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신선식품 시장의 경우 의류, 가전 등의 공산품과 달리 구매 빈도가 높아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 고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고객의 주 1회 이상 구매율을 살펴보면 신선식품은 최소 60% 이상인 반면 의류는 10% 미만에 그친다. 신선식품은 생필품으로 한 번 고객이 품질과 배송 등에 만족하면 재구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온라인 쇼핑 시장 내 공산품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업체가 공산품을 판매하고 빠른 배송에 집중하기 때문에 차별화기 어려워 무리하게 가격을 내려 수익성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침배송 시장은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로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롯데마트, GS fresh, 풀무원 등 여러 기업들이 진출함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져 올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0.5% 증가한 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체는 배송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제는 단순히 당일 배송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새벽배송, 예약배송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 경쟁으로 인해 편리함이 증대되지만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 부담이 늘어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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