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부른 잘못된 관행①] 지인 위주 영업

“장기 CMA 고객에 전화해 가입 권유”…개인 피해액 최대 20억
금융지식 취약한 고령층 피해자 많아…상품명도 몰라
괴로움에 극단적 선택까지…업계 자성 필요

<편집자주> 동양 그룹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사태 해결의 기미는 없다. 동양 채권 피해자들의 분노는 커져 가는 가운데 일부 피해자와 관계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회적 파장마저 일고 있다. 이는 동양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 동양증권이 상품의 가치보다 인정에 호소하고, 고객보다 기업을 위하는 관행을 보이며 ‘사기’라고 느낄 정도의 금전적 피해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증권업계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주제로 지인 위주의 영업 관행, 고객보다 기업을 위하는 증권사의 태도, 개선방안 등 총 3탄을 짚어본다.

동양 사태는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기보다 인정에 의거한 지인 위주 영업 관행으로 5만명의 피해자들을 양산해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른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 되면서 문제를 더 키운 셈이다.

◆ “장기 CMA 고객에 전화해 가입 권유”…개인 피해액 최대 20억

중환자인 시어머니를 둔 한 여성 직장인 피해자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동양 CMA에 넣어둔 지 7년 정도 된다"며 "지인의 소개로 살고 있는 곳에서 먼 지점에 계좌를 개설했는데, 직원이 ‘본인과 자신의 언니도 가입했고 경쟁률도 있다’며 전자단기사채 투자를 바로 결정하기를 독려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 다른 남성 피해자는 "저와 가족들은 5년 정도 동양증권 단골 고객인데, 일단 CMA에 돈이 몇백만만 되면 관리직원이 전화를 해서 '좋은 상품이 있는데 이율이 높다‘며 가입 권유를 하는데 서명도 없었고 계약서도 없었다. 최근 9월 동양 시멘트를 담보로 한 '전자단기사채신탁'이라는 상품을 온 가족이 다 가입했는데, 상품명, 위험도, 회사 안정성, 투자 등급 등 상품에 대한 설명도 100% 듣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믿고 거래한 직원이라 믿었는데 이리 당하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동양증권의 5년 이상 단골임에도 직원이 신뢰를 져버린 채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려 크나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들이 금융지식도 없는데 재산을 불려주겠다는 소리를 철썩 같이 믿고 투자하는가 하면 가족의 명의까지 써서 투자하다 날리는 등 사례도 제각각이다.

이들 대부분은 동양증권의 CMA(종합자산관리계정) 거래를 하던 고객들로 상품 권유를 받은 공통점도 갖고 있다.

30대의 한 남성 투자자는 “CMA에 있는 것과 동일한 장치에서 어느 정도 되는 상품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상품에 투자했다”며 “금방 회수되는 단기상품이고 고금리라며 안심시키고, ‘동양 그룹 자체에 있는 거라 저희가 잘 안다’며 증권사 직원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피해 금액 자체도 상당하다. 1인당 동양 채권 투자액은 최소 몇천만원에서 최대 20억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지식 취약한 고령층 피해자 많아…상품명도 몰라

현재 불완전판매를 문제로 동양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뤄지는 가운데 대체로 금융지식에 취약한 고령층 피해자가 컸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동양채권의 피해자 중 60~70%가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척발전소 사업의 유망성을 강조하는 직원의 ‘청산유수’같은 말을 듣고 투자하는가 하면, 상품명도 제대로 모른 채 투자한 경우도 있다.

60대 후반 여성 피해자는 "동양 CMA 계좌에 예금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는 동양직원이 투자 권유를 했다. CP가 뭔지도 몰랐는데 동양직원이 ‘삼척 화력발전사업도 따내고 그 수익도 대단하다’면서 걱정 말라고 했다"며 "안전하다는 직원 말만 믿고 이름 쓰라는 곳이 이름만 쓰고 투자했는데 나중에는 판 책임은 없고 서명했으니 투자자 책임이라고 한다. 현재현 회장 일가의 재산과 지분, 모든 것을 몰수해서 억울하게 당한 우리 서민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70대 피해자인 아버지의 사연을 전한 아들은 “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지으셔서 증권이라고는 모르시는 분인데 그냥 금리가 높다는 말만 듣고 노후자금 8000만원 이상을 맡겼는데 투자하는 채권이 투기등급이며 이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줄지는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판매 담당자는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적절한 상황설명을 했다’면서 화를 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괴로움에 극단적 선택까지…업계 자성 필요

동양 사태로 인한 극단적인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30대 여성 투자자가 지난달 중순경 동양채권 피해에 따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가족은 크나큰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동양 사태는 피해자들의 생사를 오갈 만큼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도저히 다시 일어설 용기가 나질 않네요.’, ‘살고 싶지 않다’, ‘남편에게 죄스럽고 자식 보기에 미안하고 남편에게 죄스러워 이혼하자고 합니다‘ 등 피해자들의 사연은 절절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피해자들에게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다며 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증권사가 고객들한테 규정에 따라 불완전판매와 같은 위법성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동양에만 해당하지 않는 만큼 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 보호기금’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은행에 예금을 하는 사람은 안전자산에 투자했고, 채권 쪽은 애초 고수익을 지향한 만큼 형평성에 따라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감독 당국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고, 녹취록 제시 등으로 분명하게 허위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동양그룹 본사 앞에서 ‘동양 경영진을 전원 구속 수사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집회를 열었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특별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워낙 세금이 없는 정부에 세금으로 채워달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다만 금전적 피해를 개인에게 돌리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책임의 원인을 인정하고 처벌을 강력히 해줬으면 한다. 또한 동양자산이 제값에 팔리도록 최소의 안전장치를 보증하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은미 세계파이낸스 기자 hemked@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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