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J. 레프코위츠(Robert J. Lefkowitz·69) 듀크대 교수와 브라이언 K. 코빌카(Brian K. Kobilka·57)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 업적은 'G(구아닌)-단백질 결합 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s·GPCR)에 관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GPCR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일종의 단백질로, 세포의 '센서' 노릇을 한다. 즉 세포 바깥의 환경과 자극을 감지해 세포 내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사람이 빛, 맛, 냄새 등을 감지하고 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 전달 물질과 호르몬 등 다양한 신호에 우리 몸이 반응하는 것도 GPCR이 신호를 매개해 세포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덕택이다.
세포에는 세포막이 있어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신경 전달 물질 등에 의한 자극이 세포 내부로 곧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포막의 기본 역할이다.
즉 외부 자극이 세포 내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그 대신 세포막에 존재하는 GPCR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서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 그 정보가 세포 내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친수성(親水性·hydrophillic) 층과 소수성(疎水性·hydrophobic) 층이 겹겹으로 쌓인 구조로 돼 있어 일반적으로 화학 물질이 통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GPCR은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특이한 분자구조를 지니고 있어 세포 내·외부의 정보 전달을 맡을 수 있다.
GPCR이 세포간 생리화학적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물질을 이용하면 특정 GPCR을 활성화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현대 약학과 신약 개발의 핵심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치료용 약물의 약 절반이 특정한 GPCR을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는 항히스타민, 베타 차단제와 다양한 부류의 정신의학 치료용 약물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두 사람은 GPCR 연구 분야의 초석을 놓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평생을 바친 과학자들이다.
이들의 연구 이전에는 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인체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런 호르몬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세포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실제로 그 수용체가 어떤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규명하지는 못했었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발견한 인물이 레프코위츠 교수다.
그는 1968년부터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세포에 어떤 수용체가 있는지 찾아 내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 결과 아드레날린을 포함해 몇 가지 호르몬의 수용체가 어떤 것인지 밝혀 낼 수 있었다.
레프코위츠 교수 연구팀은 코빌카 교수가 1980년대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합류하면서 더 큰 성과를 올렸다.
코빌카 교수는 방대한 인간의 유전정보 중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베타-아드레날린성 수용체(beta-adrenergic receptor)'라는 특정한 호르몬 수용체와 연관이 있는지 밝히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그 결과 이것이 빛을 받아들이는 로돕신 수용체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 냈다.
레프코위츠 교수와 코빌카 교수는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이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단백질 수용체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그 구조를 밝힘으로써 GPCR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오늘날 GPCR은 인체에 존재하는 것만 따져도 800개 이상이 알려져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업적이어서 이 두 사람이 노벨상을 언젠가는 받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코빌카 교수는 2011년에 베타-아드레날린성 수용체가 호르몬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세포 내부로 신호를 보내는 순간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포착해 발표함으로써 이런 전망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다만 이들이 생리·의학상이 아니라 화학상을 받은 점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성언 한양대 공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는 "GPCR에 관한 연구는 현대 신약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 레프코위츠 교수와 코빌카 교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스탠퍼드대의 코빌카 교수 연구팀에 있었던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코빌카) 교수의 평생 소원이 GPCR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었는데 2007년 X레이를 통해 GPCR의 구조를 보는 기술을 개발한 뒤에도 꾸준히 연구를 해 왔다"며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