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은퇴하는 '투자 귀재' 워런 버핏…"그가 남긴 투자 조언들"

김민지 경제부장

 

“인수는 결혼과 같다.” “좋은 기업은 영원히 보유하라.” “어떤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할 생각을 마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명언들이다. 그의 언행은, 단순한 투자 지침을 넘어 중대한 갈림길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버핏의 투자 철학은 신기하리만큼, 그의 인생과 닮았다. 자신의 명언대로 행동하고, 투자한다. 억만장자 투자자 중에서 특유의 소박함과 재치 있는 발언으로 대중적 인기까지 얻은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2025년 포브스 기준 1682억 달러(약 235조원)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지만,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 1958년 구입한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주택에 거주하며 맥도널드에서 3.17달러짜리 아침을 먹는다. 하루 활동시간의 80%를 책과 신문, 재무제표 읽기에 쓴다.

 

그런 버핏이 올해 말 은퇴한다. 1965년 망해가던 직물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지 60년 만이다. 그의 나이 95세. 

 

버핏은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 은퇴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버핏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에 주총장을 찾은 4만여명의 주주들은 잠시 침묵에 휩싸였으나, 곧바로 기립박수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버핏의 은퇴 선언에 대해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며 유명한 투자자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은퇴 이유로 고령을 꼽았다. 신체 능력에 뚜렷한 변화를 느끼면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버핏의 은퇴를 앞두고, 그의 ‘투자 철학’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버핏의 레거시는 한마디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로 요약된다. 버크셔의 주가는 지난 60여년 동안 연평균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S&P500 기준 시장 수익률의 2배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볼 것, 들을 것 넘치는 세상. 그의 투자 철학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 상황은 어떤가.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단기 매매’가 성행 중이다. 특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정치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렸다. 정치 테마주는 선거철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런 정치 테마주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실 미국 시장에도 정치 테마주는 존재한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정보 공시 등의 자본시장 제도가 꼼꼼하게 구축돼 있다 보니, 근거 없는 루머들은 빠르게 걸러진다. 

 

버핏의 ‘아름다운 은퇴’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그의 투자 철학과 자본시장의 성장이 맞물린 결과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바꿔야 가능한 얘기다. 우리도 단기적 부양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구조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의 실적과 전망, 그리고 시장 전체의 신뢰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6월 4일부터 새 정부가 시작된다. 새로운 정부도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은 어때야 할지,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버핏의 조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국의 워런 버핏’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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