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가 정말 '안팔리는' 시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업계의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또한 모 증권사의 지점장은 "최근 사람들은 절세 상품과 ELS만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허나 흥미로운 것은 올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최소한 상반기에는 펀드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펀드 통계 사이트에서 올 들어 전체 펀드 시장(공모·사모 포함, ETF 제외) 에서 자금 유출입세를 살펴본 결과 2월과 8월에 각각 5조3106억원, 1조2112억원이 유출됐을 뿐 나머지 1월과 3월, 4월, 5월, 6월, 7월에는 모두 자금이 유입세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 7월에 유입된 자금은 총 11조6723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8월부터 시작된 펀드 자금의 유출세가 문제다. 9월 들어 코스피가 글로벌 양적완화 이슈로 인해 라운드 넘버인 2000선을 회복하며 대량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 26일까지 18영업일 가운데 12영업일간 자금 유출세가 이어지며 총 4조3131억원이 펀드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된다.
세부적으로 9월 국내 펀드 동향을 살펴보면 중소형 펀드의 약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오랜만에 코스피 수익률을 1%p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이들 중 특히 강세를 보인 유형은 중소형 펀드 및 섹터펀드였다.
9월 하반월 개별종목의 강세로 중소형 펀드가 강세르 나타냈으며 양적완화 조치 이후 유동성 증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IT, 소비재, 증권, 소재 업종들의 강세가 나타나며 관련 섹터 펀드도 강세 흐름을 보였다.
개별펀드별로는 중소형 섹터의 강세를 잘 반영하듯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증권펀드, 삼성중소형FOCUS증권펀드 등의 수익률이 좋았고 미래에셋TIGER섹터펀드, 삼성KODEX증권ETF, 미래에셋TIGER증권ETF등 섹터 펀드의 수익률도 성과가 양호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10월에는 어떤 펀드가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을까. 사실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고, 기대하던 유동성 장세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차 양적완화(QE3) 수혜가 예상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 발간한 10월 하나 웰스가이드(Wealth Guide)에서는 QE3와 2차 양적완화(QE2) 패턴과의 유사성을 고려한 시장 대응에 나설 것을 권했다.
김대열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QE3 등이 단기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겠지만, 미국 대선 이후 재정절벽 우려와 스페인 전면 구제금융 신청의 파급효과 등으로 과거 사례, 특히 QE2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국내 성장형과 원자재관련 펀드가 QE3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국제 유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며, 이에 따른 수혜는 원자재와 이머징 국가들이 볼 전망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관심있게 보아야 할 것이 금펀드와 브라질이다. QE3가 자산 거품 우려와 맞물려 QE2 당시의 가격 패턴을 보일 경우 상품간, 국가간의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유가는 가격 상승시 산유국의 증산 및 미국의 전략비축류 방출 가능성 등이 부담을 줄 수 있다.
광물의 경우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반면 금의 경우는 향후 도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의 헤지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악재가 부각되더라도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는 러시아 같이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원자재 보유 비중이 다변화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살펴볼만 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QE3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으로 외국인의 대형 우량주 매수 여건이 보강되고 있어 성장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는 조언이다.
김 팀장은 투자상품에 대한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7월 이후 2개월 연속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시장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대안으로 해외채권형 펀드와 ELS, 혼합형 펀드 등의 중위험, 중수익 사움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립식을 통한 주식형 펀드 접근도 시장의 흐름에 따른 심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사우디 증산이라는 요소를 감안할 필요는 있다. 국제유가 자체가 공급 리스크로 인해 QE3 효과를 반납한 상태인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세의 지속으로 인해 실물 수요는 둔화되고 있어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고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장기상승 추세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QE3 실시로 단기 상승 여건을 마련했지만 국제유가와 실물 수요 위축이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위한 글로벌 유동성 및 달러화 약세 등 제반 여건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실물 수급여건이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또한 유가가 이미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과거 QE1, QE2때는 배럴당 30달러대에서부터 상승했지만 9월 현재 국제유가 수준이 9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상탱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국제유가 전망치는 2012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 컨센서스는 90달러~100달러 내외의 박스권 지속에 무게를 두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사우디의 증산 결정으로 완화될 전망인 반면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등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철 세계파이낸스 기자 ybsteel@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