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국군 위문 성금으로 대통령실 생색내기?

국가보훈처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모은 국군 위문 성금 중 2억6000만원을 모금액이 660만원에 불과한 대통령실의 이름으로 각급 군부대에 전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훈처는 ''국군 장병 등 위문금 관리 규정''에 따라 공무원 및 각개 부처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모금하여 매년 말 송금받은 돈으로 국군 위문 성금을 마련해 왔다. 모인 성금은 위문반을 편성해 고위공무원을 대표로 위문금을 나누고, 위문반은 배정된 각 부대에 최고 1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한다.

김기준 의원실이 17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각 부처에서 모금된 성금액은 61억원에 달했으며 이중 교육부가 19억4000여만원으로 가장 많은 성금을, 대통령실은 66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대통령실의 성금은 전체 69개 기관 중 54번째로 많았다.

그럼에도 보훈처는 대통령실에 2억6000만원을, 가장 많은 성금을 모금한 교육부에 3000만원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성금 배정은 모금액에 따라 차등하는 것이 아니며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에도 배정되고 있다"며 "지난해 경호 관련 부대에 많은 성금이 전달됐는데, 경호실장이 대통령실에 소속돼 있다 보니 격려차 많은 부대를 방문하게 됐고 금액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실에 가장 많은 성금이 배정된 것에 대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 대통령실 생색내기에 이용되고 있다"며 "위문 성금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모은 소중한 돈임을 장병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힘 있는 기관 눈치 보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군 장병들이 대통령실의 성금을 받았을 때 사기가 높아질 것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실 눈치 보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김 의원실 한 관계자는 "올해 보훈처 성금 집행 계획에도 대통령실에 가장 많은 2억6000만원이 배정되어 있다"고 밝히고 "매년 모이는 60억 가량의 위문금을 각 부대에 세탁기·에어컨 등의 현물 및 현금 지급 등으로 단편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문제가 있어 이를 기금화해 장기적으로 국군 장병들에게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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