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소액결제한도 멋대로 올려…고객 금융사기 내몬다

LG유플러스도 소액결제 한도 자동 증액

모든 고객에 기본한도 부여?…금융사기 부추겨

"소액결제,신청자에게만", 한도 변경시 통보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시급


회사원 김 모(여·29세·신수동)씨는 최근 뉴스 등에서 보도되는 휴대폰 문자를 통한 소액결제 사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며칠 전 SK텔레콤 콜센터에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 하향 조정을 요청했다. 김씨는 현재 30만원인 소액결제 한도를 3만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원에게서 "이번 달만 3만원으로 일시 적용될 뿐, 다음달에는 다시 한도액이 30만원으로 증액된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상담원은 이어 "이게 귀찮으면 '소액결제차단'을 설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종종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매달 상담원 연결을 통해 한도 조정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SK텔레콤은 소액결제 한도를 임의로 늘리고 있다. 이로써 최근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인 '스미싱'이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자사 고객들을 잠재적 금융사기 피해자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 고객 소액결제 한도, SKT가 멋대로 올린다

SK텔레콤은 자사 회원의 사용 실적에 따라 자체적으로 휴대폰 소액결제한도를 늘린다. SK텔레콤을 비교적 오랫 동안 사용하고 있던 김씨는 이미 30만원까지 한도를 부여받은 상태.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객의 사용실적에 따라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늘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의 직접적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조정하는 건 명백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소한 한도 조정시 변경사실을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소액결제 방식을 통한 스미싱(SMS와 피싱의 합성어)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은 한도액 조정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한해 1000억원에 이르는 소액결제 수수료 수입때문에 통신사들이 고객 소액결제한도를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소액결제 한도를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SK텔레콤 고객 페이지에서 4400원을 지불하고 범용공인인증서를 내려받아야 소액결제 한도를 줄일수 있다. 고객 홈페이지를 통해선 소액결제 자체를 차단하는 것만 가능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소액결제한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점과 대조된다.

◆ 소액결제, 고객 의사 반영 전혀 없어

통신사 고객의 소액결제 의사를 애초부터 반영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SK텔레콤의 경우 고객의 결제한도는 기본적으로 최소 3만원이 설정돼 있다. 과거 SK텔레콤에서 휴대폰 사용실적이 있으면 12만원 가량을 기본 한도로 제공하거나 최대 30만원까지 설정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김씨의 사례에서는 최대 30만원까지 설정돼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기 피해가 걱정되면 (소액결제를)차단하는 수밖에 없다"고만 말했다. 소액결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애초에 이용할 의사가 없는 고객에게 해당 서비스를 사실상 강제로 제공한 쪽의 변명이다.

직장인 김모씨(남·40·부천 상동)도 "내 소액결제한도가 30만원으로 설정돼 있길래 아예 취소했다. 30만원이 과연 '소액'인지 되묻고 싶다"며 "소액결제를 신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애초에 이동통신사가 소액결제 한도를 제멋대로 설정해놓는 것은 (휴대폰 이용자를) 잠재적 금융사기 피해자로 내모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 시, 만 60일동안 월 5만원의 소액결제 이용한도를 기본 적으로 부여한다. 이후엔 번호당 최대 월 30만원(만19세 이상 기준)의 이용한도를 설정한다. KT도 2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소액결제 한도를 부여한다.

◆ 소액결제 사기 '만연'…제도개선 시급

휴대폰 결제를 통한 소액결제 사기가 만연한 가운데 관련법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2월 사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된 피해건수는 260여건에 달하고 이동통신사에 접수된 소액결제 차단 신청 건수도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올해 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휴대폰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액결제 한도가 최대한도인 30만원까지 올라 소액결제 사기에 대한 피해규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도 통신업체가 임의로 결정하는 소액결제 한도 증액 여부에 대해 미리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냈다.

최근 이통3사는 일부 게임사이트에서 1회 결제한도를 낮추고 비밀번호 입력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한 통신사 측은 "이동통신사 회원에게 소액결제 한도를 부여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협의사안이지 않느냐"며 되물었고, 다른 회사 관계자 또한 "소액결제에 따른 금액청구는 결제를 대행하는 PG사업자가 하는 건데 금융사기가 발생하면 왜 이동통신사쪽으로 문의가 오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hsoh@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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