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35)씨는 최근 점심시간마다 편의점이나 사내 구내식당을 찾는다. 얼마 전 동료들과 회사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두 줄과 라면을 시켜 먹고 1만5000원에 달하는 계산서를 받아 든 뒤부터다. A씨는 “원래 주머니가 가벼울 때 부담 없이 찾던 게 분식이었는데, 이제는 기본 김밥 한 줄도 4000원이나 한다”며 “커피 한 잔까지 더하면 하루 점심값으로 2만원이 우습게 깨진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직장인과 학생 등 소비자들의 먹거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등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00원대로 4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1월 38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6월에는 3838원까지 상승했다.
다른 외식 메뉴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짜장면은 한 그릇에 7000원을 넘어섰고 칼국수와 비빔밥은 9000원 안팎까지 올랐다. 냉면은 1만2000원을 웃돌고 삼계탕도 한 그릇에 1만8000원에 달했다. 삼겹살은 200g 기준 평균 2만1321원으로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가장 비쌌다. 여기에 식사 후 커피나 음료까지 더하면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한 끼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김밥 가격 상승률은 5.5%로 조사 대상 8개 외식 품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삼겹살 4.3%, 칼국수 3.6%, 냉면과 삼계탕 각각 2.8%, 비빔밥 2.7%, 자장면 2.1%, 김치찌개백반 1.8%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의 대명사였던 김밥 가격이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른 셈이다.
이러한 상승 배경에는 주요 재료 가격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 올랐고 계란은 9.0%, 김은 2.5% 상승했다. 김밥의 기본 재료인 쌀과 계란, 김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는 판매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축산물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밥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6월 4.2%에서 7월 4.5%로 확대되며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한 번 오른 외식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인건비와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도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되면서 도시락을 직접 싸 오거나 편의점의 가성비 상품, 구내식당을 찾는 이른바 ‘외식 절약족’도 늘고 있다. 임금 상승 속도보다 체감 식비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외식 횟수와 한 끼 지출을 줄이는 모습이다. 특히 김밥과 냉면, 칼국수처럼 비교적 부담 없이 찾던 메뉴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 끼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