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규제개선 건의…AI 학습 면책·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

한경협,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 총 100건 국무총리실 건의

게티이미지뱅크

 

 

#1. 일본은 영리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인공지능(AI) 개발처럼 저작물에 담긴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려는 목적이 아닌 경우(비향유 목적)엔 저작물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유연한 권리제한 규정’을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도 저작물에 합법적으로 접근한 경우, 컴퓨팅 데이터 분석 목적의 이용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2. 중국과 인도 등에선 독립된 사업자가 전기차의 배터리를 소유·운영하고, 이용자는 구독·임대료를 내고 배터리를 교환하는 ‘BaaS(Battery-as-a-Service) 구조’가 자리잡혀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배터리 분리형 차량을 판매하고, 이용자는 구독료를 내고 편리하게 배터리를 대여하며 교환·충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AI 학습데이터 이용 면책 조항 마련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주차로봇 아파트 설치 허용 등을 포함한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 총 100건을 국무총리실에 건의했다고 6일 밝혔다. 소관 부처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산업통상부(13건), 기후에너지환경부(11건), 금융위원회(9건), 고용노동부(6건), 재정경제부(5건) 순이었다.

 

 우선 한경협은 AI 학습 면책조항 마련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일반적 공정이용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인정 범위가 협소하고 관련 판례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 구축에는 방대한 양의 책·이미지·영상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지만, 개별 저작물에 대해 건마다 이용 허락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생활·의료·법률 등 일상 곳곳에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AI 서비스의 발전도 함께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경협은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AI 학습 목적의 ‘정보 분석(데이터 마이닝)’ 용도로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 면책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전기차와 전기차 내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달라는 것도 신산업 혁신을 위한 핵심 건의사항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전기차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별개로 취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소비자로선 전기차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함께 구매해야 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장거리 운전 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충전소를 찾아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한경협은 “배터리를 별도 자산으로 인정하면 소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제외된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에서 주유소처럼 빠르게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어 이동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난이 심각한 아파트 단지 등에 '주차로봇'을 설치해달라는 건의도 국무조정실에 전달됐다. 자율적으로 차량을 이동·주차하는 주차로봇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차를 세울 수 있어 주차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주차로봇은 주차장법상 ‘기계식 주차장치’로 분류되는 탓에 아파트 설치가 금지돼 있다. 기존의 기계식 주차장치와 작동 방식이 전혀 다름에도 현행 주택법령상 기계식 주차장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설치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변화에 뒤처진 낡은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며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된 만큼,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이번 건의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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