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모닝] 김용범 ‘금융 계급제’ 비판에…신용평가 개편 속도 내는 금융당국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권의 불합리한 신용대출 관행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자 금융당국이 신용평가체계 개편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간부회의를 열고 김 실장의 지적에 따른 향후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의 가동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은행권 여신 담당자와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을 소집하는 등 실무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와대 측에서 강력한 해법 마련을 요청한 만큼, 관련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실장은 SNS를 통해 ‘금융의 구조’를 주제로 한 글을 올리며,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절박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현행 대출 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특히 신용등급을 ‘보이지 않는 계급장’으로 규정하며, 고신용자들만 안온하게 머무는 금융의 성채를 허물고 배제된 사람들을 연결하는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지적은 현행 제도를 ‘가난한 사람에게 비싼 이자를 강요하는 금융 계급제’로 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제도권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청년들이 고금리 사채로 내몰리는 현실을 비판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개혁의 체감도가 낮다는 판단 아래, 더욱 고강도의 대책 마련을 주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는 개인신용평가 및 개인사업자 평가의 고도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중심으로 시스템 전면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신용점수가 낮게 책정되는 이른바 ‘씬파일러(Thin-filers)’들을 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노년층, 청년, 주부 등을 포함한 씬파일러들의 신용점수는 2024년 말 기준 평균 710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정교한 대안 평가가 절실한 실정이다.

 

금융권은 정부의 압박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업계는 신용평가 시스템의 정교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조치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금리가 리스크를 반영하는 지표인 만큼, 기존의 상환 능력 기반 시스템이 흔들릴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충분한 사업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포용금융의 실천이 시중은행을 포함한 제1금융권 전체의 공동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실질적인 체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금융 개혁안을 조속히 확정할 방침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