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경제 분석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상회한 데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4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영국의 리서치 전문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2.7%로 무려 1.1%포인트 대폭 올렸다. 주요 IB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 역시 직전 전망치인 2.2%에서 0.8%포인트 상향한 3.0%를 제시하며 3%대 성장을 예고했다.
다른 주요 기관들의 조정 폭도 컸다. 씨티그룹은 2.2%에서 2.9%로, BNP파리바 또한 2.0%에서 2.7%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어 ANZ는 2.0%에서 2.5%로 0.5%포인트, 바클리는 2.0%에서 2.4%로 0.4%포인트 각각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지난달 블룸버그가 가중 평균 기준으로 집계한 42개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로 한 달 사이 0.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25곳이 1분기 GDP 실적이 공식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에 전망치를 내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들 기관이 실적치를 반영해 수정 전망을 내놓을 경우 평균치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발표된 한국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예상했던 0.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등 내수 지표가 회복세를 보인 것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견조한 성장세와 동시에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도 짙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기관 38곳의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2.5%로, 한 달 전인 2.3%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전망치를 수정한 17개 기관 모두 상향 조정에 나섰으며, 하향 조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부적으로는 JP모건이 물가 전망치를 1.7%에서 2.7%로 1.0%포인트나 대폭 올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1%에서 2.9%로, DBS는 1.8%에서 2.6%로 각각 0.8%포인트 상향했다. 무디스, SG, BNP파리바 등도 일제히 0.4%포인트씩 높여 잡으며 2% 중반대 물가 상승을 전망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중동 분쟁 등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과 환율 급등세가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 한은은 “지난달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국제 유가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