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월 9만원에 달하는 2세대 실손 보험료를 확인하고 회의감에 빠졌다. 지난 2년간 보험금 청구가 감기 진료 한 건뿐일 정도로 병원 이용이 적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체감 혜택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아깝다”며 “차라리 보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고정비를 덜 수 있는 5세대 전환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료 부담을 낮춘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임박하면서 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5세대 실손은 비급여 보장을 손질해 전체적인 보험료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다만 자기부담률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여서, 의료 이용량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이 5월 6일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5세대 실손은 과잉 진료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구조를 개편해 가입자 보험료 부담을 덜고 중증 질환 중심으로 보장을 재편했다.
앞서 실손보험은 보장 구조에 따라 세대별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1세대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사실상 없어 의료비 전액을 보험사가 보장해줬다. 혜택은 가장 크지만, 그만큼 보험료 인상 폭도 가파른 것이 특징이다. 2세대에 들어서며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보장을 제공하는 ‘표준화’가 이뤄졌다.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 최대 20% 수준의 자기부담금이 처음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3세대의 경우 도수치료, 주사, 자기공명영상(MRI) 등 ‘3대 비급여 항목’을 기본 보장에서 제외해 특약으로 분리했다. 자기부담금 역시 급여 10~20%, 비급여 20~30% 수준으로 상향됐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는 전체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되는 ‘보험료 차등제’가 도입됐다.
◆5세대 실손 어떻게 바뀌나
4세대가 비급여 차등제로 합리성을 꾀했다면, 5세대는 보험료 인하에 방점을 찍었다. 40대 남성 기준 월 1만7000원, 60대 여성 4만원 수준으로 2세대 대비 40%가량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4세대까지 중증과 비중증 질환을 구분하지 않고 비급여 치료를 포괄적으로 보장해온 반면, 5세대부터는 ‘중증 환자 중심’으로 보장 축이 이동한다. 중증 비급여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되 비중증 항목의 보상 한도와 비율은 대폭 축소된다.
비중증 비급여의 본인부담률은 50%까지 상향되며, 도수치료와 미등재 신의료기술 등은 보장 한도가 축소되거나 보장에서 제외된다. 급여 항목의 경우 입원 치료는 현행 20% 본인부담률을 유지해 중증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했으나 통원 치료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환자의 실질 부담을 일부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비급여 과잉 진료를 차단해 실손보험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 의료비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5세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책도 함께 내놓는다. 1·2세대 가입자 약 1600만명을 대상으로 5세대 전환 시 2~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계약 재매입’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가입자가 불필요한 담보를 직접 골라 제외할 수 있는 ‘선택형 특약’도 도입해 보험료 절감 선택권을 넓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어서 어느정도 계약 전환이 예상된다”며 “다만 비급여 치료가 잦은 경우라면 보장 축소에 따른 실익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