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0대 직장인 A씨는 미뤄뒀던 스마트폰을 새로 바꿨다. 신제품 출시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교체 시기를 미루다 최근에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신학기를 맞은 딸의 노트북도 함께 구입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50대 B씨는 지난달 완성차 업체의 생산 일정이 확대되면서 납품 물량이 전월보다 늘었다. 연초까지는 주문 변동성이 컸지만, 지난달 들어 완성차 생산라인 가동이 안정되면서 부품 출하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달 우리 경제의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어나며 6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를 달성했다. 1분기 전체로 보면 전산업 생산이 전분기보다 1.7% 증가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동전쟁 여파에도 주요 실물지표 충격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여파는 이달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저효과에도…자동차·서비스가 생산 견인
국가데이터처가 30일 발표한 ‘2026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서비스업과 광공업 생산 증가에 힘입어 118.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지난 1월 0.8% 감소한 뒤 2월 2.1% 증가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도 전산업 생산(1.7%), 소비(2.4%), 설비투자(12.6%)가 모두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증가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공업 생산은 0.3% 늘었다. 광업, 제조업과 전기·가스업에서 모두 늘어난 결과다. 제조업(0.3%)은 자동차(7.8%), 기타운송장비(12.3%), 기계장비(4.6%)에서 늘었지만 반도체(-8.1%), 기계·장비수리(-12.4%)에서 감소했다. 반도체는 전월에 28.2% 뛰며 지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했지만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정제(-6.3%)는 2월 말 발발한 전쟁 영향과 계절 요인,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
◆신제품 효과에 소비 반등… ‘전쟁 여파’는 아직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시장 활성화로 금융·보험업(4.6%)이 증가한 영향에 힘입어 1.4% 늘었다. 전쟁 여파로 해운 운임이 상승하면서 운수·창고업(3.9%)이 늘었고 보건·사회복지(1.7%) 등에서도 증가세가 나타났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증가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줄었지만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와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가 늘었다. 특히 내구재 판매가 9.8% 증가하며 전체 소매판매 회복을 이끌었다. 통신기기·컴퓨터 판매는 30.1% 늘었다. 국가데이터처는 예년보다 늦어진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와 신학기 PC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소매판매는 5.0%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 의약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었다. 1분기 기준 소매판매액지수도 전분기보다 2.4% 증가해 2020년 2분기 이후 23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다만 중동 전쟁 영향은 향후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데이터처 “그간 부진했던 소비가 저점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달은 지표가 제한적인 만큼, 전쟁 영향은 이달부터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인 흐름과 파급 경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 지표 부진은 숙제…경기 순환변동치는 동반 상승
투자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5.2%) 투자 증가 영향으로 전월 대비 1.5% 늘었지만,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0.3%) 투자는 소폭 감소했다. 특히 수출 출하는 전월 대비 감소한 반면 내수 출하는 증가해 대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부문은 부진이 두드러졌다. 건설기성은 토목(-13.7%)과 건축(-4.5%) 공사 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7.3% 감소해 전체 경기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7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중동전쟁에도 생산·소비·투자는 기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면서도 “4월 이후 전쟁 영향의 산업 간 전이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