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투자, 하드웨어 편중…피지컬 AI·응용 생태계로 전환해야”

국회미래연구원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발간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표지. 국회미래연구원 제공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표지. 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전 세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올해 관련 예산이 역대 최고 규모인 1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AI 투자 성패는 자본 투입 규모가 아니라 체계적인 배분에 달린 만큼, 공공 투자의 전략적 방향 전환과 과감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1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AI 투자 동향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정책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우리나라 AI 투자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며 정부와 국회를 향한 정책 제언을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기업 AI 투자 총액은 약 25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5% 증가했다. 올해는 전 세계 AI 관련 시장 지출이 2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주요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민관협력 프로젝트 ‘스타게이트’(5000억 달러), 중국의 ‘빅펀드 3기’(3440억 위안)와 ‘국가 AI 산업투자펀드’(600억 위안)가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00억 유로 규모의 ‘AI 대륙 행동계획’을 통해 자국 내 AI 생태계 보호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글로벌 AI 투자는 메가스케일화, 인프라의 전략 자산화, AI 효율화 혁신, 피지컬 AI 부상, 에너지와의 결합이라는 5대 핵심 트렌드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범정부 AI 예산은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며 약 7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AI 투자가 주로 AI 가치사슬의 1·2계층인 반도체와 하드웨어 인프라에 집중되고, 가장 높은 수익과 시장 지배력을 창출하는 3·4계층(기반모델 및 응용 소프트웨어·서비스·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민간 대기업이 1·2계층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으로 투자를 주도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 역시 가시적인 성과 측정이 용이한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편향되는 경향을 보이며 부처 간 칸막이식 예산 집행과 투입으로 공공 투자의 구조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I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5조1000억원)·산업통상부(1조1000억원) 등 다수 부처에 분산돼 있다.

 

민간 AI 생태계에서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자본 조달 및 엑시트(Exit) 시장 미성숙,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기술적 종속 우려가 상존한다. 과거 정부 주도 기술 보급 사업에서 장비 도입 이후 활용·유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아 투자 효과가 미진했던 실패가 현재 AI 투자에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에 보고서는 정부 투자의 방향을 피지컬 AI와 응용 서비스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는 이미 한발 뒤처졌으나 피지컬 AI는 아직 글로벌 강자가 확정되지 않은 초기 경쟁 단계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이 구조적 비교우위가 된다고 봤다. 도메인 특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기획예산처가 공공 자본의 능동적 연결자 역할을 수행할 것과, AI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사회적 기반과 법·제도를 재정비할 것도 제안했다.

 

유희수 연구위원은 “AI 투자의 성패는 단순히 얼마의 자본을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계층에 어떤 구조로 자원을 배분하여 국가 전반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우리나라가 하드웨어 공급 국가를 넘어 글로벌 AI 응용 및 피지컬 AI 시장의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공 투자의 전략적 방향 전환과 과감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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