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 제93조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직속기구로, 최근 중동 전쟁으로 상승한 국제 유가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성식 부의장을 비롯한 민간자문위원 29명,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9명,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성장수석 등 총 50여명이 참석했다.
◆에너지 안보와 물류 공급망 사수…“유가 대응에 예외 없다”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민생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연장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인하 폭을 법정 최고 한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주저하지 말고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으로 물류비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우리 수출 기업들이 배가 없어 물건을 못 보내거나, 비싼 운임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물류 바우처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공급망 수호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문했다.
◆민생 물가 방어선 구축…“난방비·식탁 물가는 정부가 끝까지 책임져야”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민생 대책도 내놨다. 단순히 통계상의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이 느끼는 실질적인 체감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며 “취약계층에 한정됐던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을 중산층 하단까지 대폭 넓히고, 소상공인들이 겪는 전기·가스요금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분할 납부제와 납부 유예 조치를 현장에서 즉각 체감할 수 있게 실행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예산의 증액을 언급하며 “정부가 국민의 식탁을 지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韓 경제 체질 개혁…“부동산 투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구조적 해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택 문제 다음 단계는 농지, 그 다음 단계로는 일반 부동산까지 확장할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앞으로는 할 수 없게,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보는 건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산업·경제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이 보유한 비(非)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기업들이 쓸데없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렇게 대규모로 갖고 있나”며 “과거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규제한 일이 있다. 별도 항목으로 정책실에서 한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소액 주식 투자자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제 혜택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첨단 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전략 산업은 시간 싸움인 만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가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인되는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과감히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