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최근 원자재 관련 투자 상품에 뭉칫돈이 한껏 몰렸다. 대표적으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석유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 상품인데 유가 변동에 따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렌트유∙WTI 뛰자…ETF도↑
지난 주말새 중동의 전황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참전 등 확전 양상을 띠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지난 30일 오전 각각 배럴당 115달러와 100달러를 넘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같은날 원유 ETF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31일 코스콤 상장지수펀드(ETF) 체크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ETF 시장에선 원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테마가 강세를 보였다. 상승률 상위 테마 1위와 2위는 각각 원유(7.15%), 원유∙가스기업(2.98%)이 차지했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전 거래일 대비 7.39% 오른 2만4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도 681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90% 상승했다. 이들 ETF는 3월 첫째 주에 이미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선 상태다.
지난 한 달간 원유 관련 ETF의 수익률을 보면 KODEX WTI원유선물(H)이 58.67%,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55.77% 올랐다.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29.86%), KIWOOM 미국원유에너지기업(23.37%) 등의 수익률도 높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로 뜀박질하면서 ETF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덩달아 에너지 관련 ETF도 최근 한달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KODEX 미국S&P500에너지(합성)(22.71%), RISE 미국천연가스밸류체인(19.10%), KoAct 미국천연가스인프라액티브(13.56%) 등이 대표적이다.
◆고유가 얼마나 지속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강온 양면책에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등에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유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누적된 원유 공급 손실이 벌써 2억1300만 배럴 수준에 달한다. 자칫 4월 말까지 봉쇄가 지속된다면 누적 손실은 5억700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이 파괴되거나 홍해 항행마저 후티 반군의 개입으로 위협 받을 경우, 추가적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장 종전으로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유가는 6월까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략 비축유 등 공급 대응 수단은 이미 대부분 활용 중이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국가들이 차량 5부제, 재택근무, 산업별 경유 배급, 항공편 축소 등 소비를 점차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