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원자재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맞물리며 원유 등 실물자산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다만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나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원유 기초 상장지수상품(ETP)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4분기 대비 7배 이상 증가하며 투자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낸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 상승과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수입액 비율은 4.6%로 인도(3.6%), 일본(1.8%), 중국(1.7%) 등 주요국에 비해 높다. 또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 지역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물량 기준 70.7%로 중동 의존도가 높아 유가 변동성이 물가와 성장,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국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동 리스크 확대 이후 환율이 상승하고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향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상승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기업 수익성 악화와 회사채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거시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원자재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구조적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원자재 ETF·ETN 투자 시 가격 변동성과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원자재 상품은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중동 정세와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락할 수 있으며 이런 흐름은 관련 금융상품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의 경우 단기 변동성이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경우 위험은 더 크다. 이들 상품은 기초자산 수익률에 일정 배수를 곱해 추종하는 구조로, 방향성이 맞을 경우 수익이 확대되지만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도 빠르게 커진다. 더 큰 문제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발생하는 ‘음(-)의 복리 효과’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경우 누적 수익률이 실제 기초자산 수익률보다 낮아지면서 예상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원자재 ETF 투자 시 세금과 각종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원자재 ETF는 일반 주식형 ETF와 과세 방식이 다르거나 운용보수, 롤오버 비용 등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기 매매를 반복할 경우 거래 비용까지 누적되면서 기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일수록 투자자는 상품 구조와 위험요소를 충분히 이해한 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단기 수익을 노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