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전에 대한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홍해까지 흔들릴 경우 한국 경제는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원자재 조달 불안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후티의 군사 행동이 본격화해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통항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운항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 해상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하다. HMM과 현대글로비스 등은 이미 2023년부터 우회 노선을 활용하고 있지만 비용 급등 충격까지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물류 협상력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중동∼중국 노선 VLCC 운임지수는 359.4로 전쟁 발발 직전보다 59.9% 뛰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동 노선 운임도 1TEU당 3728달러로 상승했다. 해상 차질이 커질수록 항공 화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문제는 물류 차질이 원유와 원자재 공급 불안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경색되면 유조선은 희망봉 우회 등 대체 항로를 택해야 하고 운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도입 일정과 원가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수록 국제유가 상승 압력도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자문기구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기준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또유가도 배럴당 150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
충격은 건설과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건설업계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납사 기반 원료 조달이 원활치 못하게 되면 기초유분 생산과 레미콘 핵심 소재인 혼화제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헬륨 등 핵심 공정 소재 공급 불안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완성차 업계도 유가 급등에 따른 내연기관차 소비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중동발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수출 둔화와 내수 위축,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는 순간 한국 산업은 물류, 원자재, 에너지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며 “중동 리스크가 이제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를 뒤흔드는 변수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정부 모두 비상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