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나프타(납사)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이번 주 중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선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나프타 생산·도입 물량 의무 보고와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안에 관련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국내 공급의 약 55%는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정부는 국내 정유사의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돌려 석유화학 업계의 수급난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양 실장은 “수출 물량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이를 석유화학 기업 중심으로 돌리면 가동률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나프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이번 추경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긴급 수급 조정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제기한 ‘4월 셧다운’ 우려와 관련해서는 가동 중단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양 실장은 “나프타 도입 지연으로 재고는 줄고 있지만 기업들이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가동 중단 우려 시점이 4월 말에서 5월 초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는 통상 2~3주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급 차질 영향은 일부 업종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양 실장은 “조선업계의 에틸렌가스 수급 문제에 이어 세탁기 등 대형 가전에 들어가는 석유화학 기반 소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제품에는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 나프타 기반 소재가 쓰인다.
일부 업체는 생산 조정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고, 여천NCC도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멈췄다. 다만 정부는 공급 차질이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주 ‘2차 석유 최고가격’ 고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 주유소의 과도한 마진 논란을 감안해 매점매석, 가격 담합, 정량 미달, 재고와 무관한 가격 인상 등에 대한 현장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