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새만금 향한 현대차 투자…산업계 주목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대규모 투자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새만금에 약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 도시 등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자동차 기업이 전통적인 완성차 생산기지 확대 대신 로봇, AI, 수소를 축으로 한 복합 산업거점 조성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을 넘어 국내 제조업 투자 방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계는 이번 투자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판단하면서도 실제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 입지와 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은 강점이지만 전력망과 물류 인프라, 사업 집행 속도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 새만금에 9조 쏟는 현대차…로봇·수소·에너지 육성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부지 112만4000㎡(약 34만평)에 9조원을 투자해 AI·로봇·에너지를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기로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 AI 데이터센터가 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다음은 ▲ 태양광 발전(1조3000억원) ▲ 수전해 플랜트(1조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000억원) ▲ AI 수소 시티(4000억원) 순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단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추고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한 기가와트급 태양광 발전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의 핵심 전력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새만금 미래 전략사업 투자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시티 투자협약식'에서 새만금 미래 전략사업 투자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대규모 부지, 집적형 투자에 강점…RE100 대응 핵심 거점으로

 

산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의 기대요인으로 대규모 부지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수도권이나 기존 산업단지에서는 쉽지 않은 수준의 집적형 부지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사업도 개별 공장 신설보다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설비, 로봇 제조기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한 권역에 묶는 방식에 가깝다. 생산과 에너지, 데이터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집적이 향후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재생에너지 기반 구축도 이번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이다. 최근 제조업 투자에서는 전력 단가뿐 아니라 전력의 성격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탄소 규제 강화 속에서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 쓰는 전기의 친환경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만금은 RE100(기업이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대응 거점으로 산업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산업단지 조성, 친환경 제조 인프라 구축이라는 방향성이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을 하나의 투자 구상으로 묶은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계가 기대를 거는 또다른 배경은 지역 제조업 재편 가능성이다. 군산과 새만금 권역은 조선과 자동차, 부품 산업의 흥망을 모두 겪은 지역이다. 기존 제조업 기반은 있었지만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찾는 과제가 이어져 왔다. 핵심은 대기업 단독 투자보다 연쇄 효과다. 대기업이 앵커 역할을 하고, 부품업체와 협력사, 에너지 기업, 인프라 기업이 뒤따라 들어와 생태계를 형성할 경우 새만금은 단순한 개발지구를 넘어 실제 산업 집적지로 기능할 거란 기대다.

 

◆청사진 크지만 실행력은 변수…전력망·물류망 관건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세부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느냐다. 9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상징성이 크지만 실제 사업 대부분은 중장기 일정에 맞춰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단계는 대규모 청사진과 투자 의지를 확인한 수준이지 본격적인 생산과 매출이 가시화한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새만금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대형 개발 구상이 제시된 곳이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이 실제로 반응한 시점은 언제나 계획 발표가 아니라 인프라와 공정이 눈에 보이게 움직일 때였다. 이 때문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 역시 실제 착공과 설비 가동 시점, 후속 기업 유입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놓는다.

 

산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변수는 전력과 물류 인프라다. 새만금의 강점이 재생에너지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실제 산업 경쟁력은 발전설비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상수도, 용수 공급, 배수·방류 체계 등 산업 운영의 기초 인프라가 제때 완성돼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는 전력 의존도가 높다.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계통 연계가 지연될 경우 사업 전체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물류 역시 중요한 변수다. 항만과 철도, 도로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원재료 반입과 제품 반출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만금의 진짜 경쟁력은 비전의 크기보다 전력망과 물류망의 실제 가동 시점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상징성이 큰 프로젝트다. 다만 시장은 기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착공과 인프라 완성, 협력사 유입, 생산 개시가 차례로 입증돼야 비로소 투자에 대한 평가는 확정될 수 있다.

 

따라서 산업계가 새만금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넓은 부지와 재생에너지, 정책 지원, 앵커 기업 유치라는 강점은 분명하지만, 이 강점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과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이제 약속의 규모보다 이행의 속도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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