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장들의 장기집권] 2기 체제 맞은 現 회장들...연임 관행 이어가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융권의 시선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게 쏠려 있다. 두 회장이 각종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실패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2기 체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장은 지난해 말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문제 생겨도 실적 잘 나오면 된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임 회장 역시 증권사 인수 성공과 최대 실적을 앞세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진 회장 또한 반복된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실패 책임론을 리딩뱅크 수성으로 대신했다. 신한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검증된 리더십”을 내세웠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8년 3월까지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함 회장은 취임 후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약진을 이끌며 순이익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3조 클럽 안착이 예상된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재판 진행 상황이 경영 안정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함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영업력이 조직에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깜깜이 후보자 리스트…경쟁자 아무도 모른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해 말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진옥동, 임종룡 등 ‘현직 회장’의 이름뿐이었다. 양사는 “외부 인사가 후보로 공개될 경우 현직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낙마 시 평판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금융권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자가 누구인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시장과 주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연히 인지도가 높은 현직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공개된 숏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이 사실상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현직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친분 있는 학계 인사나 전직 임원을 형식적으로 후보군에 넣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사회 안건 찬성률 99.8%…사실상 ‘프리패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54회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반대표는 한 건도 없었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는 2024년 총 54회 개최됐다. 처리된 안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사실상 0건에 수렴했다. 수정 의결을 포함하더라도 찬성률은 100%에 달한다. 수조원대 자금 집행이나 해외 투자, 임원 성과급 지급 등 민감한 안건들이 줄지어 올라왔지만,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의 없음·원안대로 가결’이라는 문구만 나왔을 뿐이다. 회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들이 회장의 결정에 무조건 찬성표만 던지며 ‘호위무사’ 역할만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 설명부터 의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건당 평균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치열한 토론은 커녕, 회장과 경영진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식의 요식 행위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가 회장의 ‘참호 구축’을 돕는 핵심 조력자라는 점이다. 현행 구조상 사외이사는 임추위에 들어가 차기 회장을 뽑을 권한을 갖는다. 반대로 회장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의혹이나 신한금융의 횡령 사고 당시 회장에게 책임을 묻거나 해임을 건의한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이 사유화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점은 주주총회를 앞둔 회장들에게는 큰 부담을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이 동요하며 연임 가도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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