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위고비가 경쟁 비만약 치료제인 마운자로 대비 심혈관 보호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리얼월드 데이터 연구(STEER) 결과를 통해 위고비를 사용한 환자가 마운자로 사용 환자보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최대 57% 낮다고 밝혔다. 마운자로는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로, 위고비와 비만약 시장에서 양강을 이루는 제품이다.
지난 5일 내분비 분야 국제 학술지 ‘당뇨병, 비만 및 대사’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수집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일대일로 비교했다. 엄격한 조건의 임상시험이 아닌 현실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위고비를 사용한 경우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마운자로 대비 29% 낮았다. 치료를 지속한 환자군을 중심으로 분석했을 때는 이 위험 감소 폭이 57%까지 확대됐다.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건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위고비 사용군에서는 15건(0.1%)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이 관찰된 반면, 마운자로 사용군에서는 39건(0.4%)이 보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던 위고비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체중 감소 효과로 주목받아온 비만 치료제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 위험 관리 영역에서도 임상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최근 주춤한 위고비 처방 실적을 개선할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는 평가도 있다. 2024년 10월 국내 시장에 상륙한 위고비는 비만약 열풍을 불러 일으켰으나 지난해 8월 마운자로 출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마운자로의 처방은 9만7344건, 위고비는 7만1333건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최근 추세를 봐도 마운자로가 출시 직후인 8월 1만8579건에서 4개월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반면 위고비는 9월(8만5519건) 이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마운자로의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고비 처방을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고비가 심혈관 보호 능력에서 마운자로를 앞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 시장에서의 양강의 싸움에 다시금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