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460원을 넘어 1470원대에 진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달러 강세와 함께 엔화 약세가 맞물린 영향이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7원 오른 1461.3원으로 출발해 1460원선에서 머물다가 오후 들어 10원 넘게 급등해 한때 1470원을 기록했다. 이후 최종 10.8원 오른 1468.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기준으로 외환당국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던 지난달 24일 1484.9원 이후 최고치다.
이는 미국 경기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다. 지난 9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5만건으로 집계됐으며, 시장 예상치(6만6000건)를 하회했다. 다만 실업률이 4.4%로 예상치(4.5%)보다 낮았으며,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3.8%로 전망치(3.6%)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주 서비스업 경기 호조에 이어 고용지표도 중립적으로 나타나자 연준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약화됐고,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올라 100선에 다가섰다.
반면 엔화의 경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달러당 158엔을 넘어섰다. 이는 1년 만에 최저치다.
이번 주 예정된 이벤트 역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13일에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4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경상수지 등이 발표된다.
14일 상호관세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도 핵심 변수다.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관세 환급 소송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무역확장법 등을 근거로 관세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외환당국의 전방위적인 환율 안정화 노력은 상단 저항선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말 1480원대에 웃돌던 환율이 사흘만에 50원 넘게 떨어진 데는 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와 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당시 당국이 20~30억달러 가량의 실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5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1460원선에서 공방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주 환율 범위는 1440~1470원을 제시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통해 서반구 지배권을 주장하고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국내 수급 역시 달러 수요 우위 구도가 지속되면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158엔과 원·달러 1460원 재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외환당국이 추가 약세를 용인할지, 아니면 실개입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