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 육박하는데…코스피는 끄덕없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4150.39)보다 22.82포인트(0.55%) 하락한 4127.57에 출발했다. 뉴시스

고환율이 고착된 최근 코스피는 오히려 강세를 이어가면서 ‘고환율=증시 침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4원 오른 1465.7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때 1470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는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1%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44.00포인트(1.07%) 오른 4150.39에 장을 마쳤다.

 

과거에는 환율이 급등 할 때마다 코스피는 급락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앞서 지난 4월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487원까지 상승하자 코스피는 장중 2200선까지 밀렸다. 지난달 26일에도 환율이 1410원을 넘자 코스피는 2.45% 급락했고 외국인은 5707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후퇴’를 의미하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증시가 선방하는 이례적인 흐름이다. 증권가는 투자자들이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보다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에 더 주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 상승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강달러 등 외부 요인과 국내 특정 수급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며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분명 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환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워낙 크다 보니 원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상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가 국내 증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중반의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선)이 되고 있다”며 “현재는 변동성 구간 내 환율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우려보다 오히려 현재 환율 수준이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국내 교역 조건을 개선해 국내 수출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 내 단기 유동성 위축과 차익 실현 욕구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자금은 미 연방정부 폐쇄 리스크가 해소되면 재차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원·달러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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