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축으로 신흥시장 현지화 가속…‘현지 주도형’ 전환 시동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인도 뭄바이 현대차 인도법인 증권 상장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커뮤니케이션센터 

 

현대자동차가 전동화·보호무역 확산 등 대외 변수 속에 인도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허브로서 인도의 전략적 비중을 키우는 구상에 따라 생산·공급망부터 제품·인력·브랜딩까지 전 영역을 현지 여건에 맞추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인도, ‘제2의 내수’이자 역내 수출 허브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젊은 인구구조와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를 제2의 내수시장 겸 역내 수출 허브로 삼아 점유율과 수익성의 동반 확대를 노린다. 현지 도로·기후·사용 환경을 반영한 상품 개발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핵심 축이다.

현대차는 인도 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부품 현지조달 비중 확대와 협력사 동반 진출을 추진한다. 모듈화·공용화 등 원가 경쟁력 강화와 함께 계열사 생산시설을 연계해 수직계열화를 고도화한다.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현지 규제·관세 체계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가 인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2024 인도 올해의 차(Indian Car of the Year 2024)'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라인업은 소형 SUV와 해치백 등 현지 선호 차급에 초점을 맞춘다. 고온·먼지·노면 상태 등 인도 특성에 맞춘 주행 성능에 신경을 썼고 하이데라바드 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색상·내장 등 감성 품질을 현지화한다. ‘i20’ ‘Creta’ ‘Venue’ 등 주력 차종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인력도 현지 인재 맞춤형이다. 핵심 보직에 현지 인재를 전면 배치하고 연구·디자인·영업 부문에서 현지 인력 비중을 크게 높인다. 인도 연구개발 조직을 확충해 대학·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해 개발부터 양산까지 현지 주도형 체계를 굳힌다. 온보딩·재교육 등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메이크 인 인디아’ 등 정부 정책 기조와의 접점을 강화한 점도 특징이다. 현지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감성 마케팅을 병행한다. 지역별 체험형 판매 채널을 늘려 전기차 시승·충전 경험을 제공하고 애프터서비스(AS)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해 신뢰·가성비·접근성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이제는 인도 넘어 신흥시장 확장 포석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EV 생산 허브화, 브라질에서는 플렉스 연료 대응 차종, 중동·아프리카에서는 KD 조립(분해수출) 등 지역 맞춤 접근을 병행한다. 터키·체코 등은 유럽 수출의 교두보로 활용해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다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정책 불확실성, 원가 상승 등은 여전한 변수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충전 네트워크 공동 구축, 합작·정책 연계형 투자로 규제 리스크를 분산하고 플랫폼 공용화(e-GMP 등)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브랜드 측면에선 프리미엄 이미지와 실용 가치를 투트랙으로 강화한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은 단순 생산 이전을 넘어 현지인이 설계·의사결정까지 주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전략의 성패는 현지 수요를 신속히 제품·서비스로 연결하는 풀 스택 현지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